테니스 메이저 대회 중 매년 두 번째로 열리던 프랑스오픈이 올해는 맨 마지막 메이저 대회로 열릴 전망이다. 당초 5월 개막 예정이던 프랑스오픈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대회를 연기하면서다. 대회 연기가 갑작스럽게 발표되며 해당 기간에 예정됐던 다른 대회 주최측은 물론 선수들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
프랑스테니스연맹(FFT)은 18일(한국시간) “오는 5월 24일로 개막이 예정돼 있던 프랑스오픈을 9월 20일로 연기했다”고 발표했다. 연맹은 “(코로나19와 관련한) 격리 조치에 따라 대회 준비를 할 수 없고, 예정일에 토너먼트를 치르기에 불가능하다”며 “모든 이의 건강과 안전을 보장키 위해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고 덧붙였다. 현재 프랑스 당국은 허가 받지 않은 경우 외출을 제한하고 있다.
FFT의 결정으로 1년간 예정돼 있던 테니스 일정표에 큰 변화가 찾아왔다. 본래 테니스는 1월 호주오픈을 시작으로 프랑스오픈(5~6월), 윔블던(6~7월), US오픈(8~9월) 순으로 메이저 대회가 진행돼왔다. 그러나 프랑스오픈이 9월로 일정을 바꾸며, 메이저 대회 중 가장 마지막에 개최될 전망이다.
갑작스러운 일정 변화 고지에 선수들은 난처해졌다. 9월 12일에 끝나는 US오픈 일정을 마치자 마자 프랑스로 향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사이에 예정된 데이비스컵 대회를 치러야 하는 남자 선수들의 경우 부담이 더욱 크다. 또 하드 코트 오픈인 US오픈 직후 클레이코트 위에서 프랑스오픈을 치러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해당 기간에 예정된 기존 남자프로테니스(ATP) 및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들도 당혹스럽긴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메이저 대회가 열리는 시기에 투어 대회는 중단되는데, 프랑스오픈이 열리는 시기에 불가리아ㆍ중국ㆍ일본 등지에서 여러 투어 대회가 예정돼 있다.
특히 레이버컵은 피해가 막심할 가능성이 크다. 올해 3회째를 맞는 테니스 컵대회인 레이버컵은 미국ㆍ호주ㆍ유럽의 테니스 스타 12명을 초청해 유럽팀과 비유럽팀으로 나눠 치르는 단체전 대회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18일 “프랑스오픈의 지배자이자 지난 대회 디펜딩 챔피언인 라파엘 나달(34ㆍ스페인ㆍ2위)이 레이버컵에서도 유럽팀의 핵심 선수”라며 “그가 빠지면 (유럽팀의) 전력 손실이 커, 나달은 난처한 상황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ATP 선수위원회 위원인 배식 포스피실(캐나다)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이것은 미친 짓"이라며 "US오픈이 끝나고 1주일 만에 프랑스오픈을 하겠다는 발표를 ATP 투어나 선수들과 아무런 상의 없이 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프랑스오픈 직후 치러질 메이저 대회인 US오픈의 주최측 미국테니스협회(USTA)는 18일 SNS 계정을 통해 “USTA는 2020년 US오픈 계획을 계속해서 세우고 있으며, 아직 아무런 변화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날짜를 옮길 가능성 등을 포함해 모든 선택지를 살펴보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또 “세계가 하나로 뭉쳐야 하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일방적으로 결정을 내리지 않을 것”이라며 “다른 그랜드슬램 대회와 WATㆍATPㆍITFㆍ레이버컵 등과 협의를 거칠 것이다”라고 일방적으로 결정을 내린 프랑스오픈을 비꼬았다.
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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