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정세균 국무총리는 대국민 담화를 통해 “공직 사회가 먼저 면 마스크 사용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속히 확산하던 시기 공적 마스크 수급에 차질이 거듭되자 공직자들이 나서 일회용 마스크 사용을 줄이고 국민들에게도 이해를 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문재인 대통령도 9일 “공직 사회는 면 마스크를 사용하는 등 솔선수범해 달라”고 당부했다.
대통령과 총리의 이 같은 언급에 공직사회는 즉각 반응하는 듯 보였다. 다음 날 또는 하루 이틀 후 각 부처 장관들은 면 마스크를 착용하고 공식석상에 나타났다. 부처의 성격에 따라 의료 및 산업 현장 점검을 위해 부득이하게 일회용 마스크를 쓰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통령이나 총리가 참석하는 국무회의 또는 중앙재해대책본부 회의 등에선 일제히 면 마스크를 착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같은 변화는 대통령과 총리의 당부대로 공직 사회 전체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언론에 포착된 사진을 보면 장관을 수행하는 고위 공직자들이 일회용 마스크를 착용한 채 업무를 보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지난 11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출석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선 장관 뒤편에 배석한 공무원들이 대부분 일회용 마스크를 썼고, 같은 날 정경두 국방장관이 해군 주요 작전지휘관들과 화상회의를 하는 동안에도 군 관계자들은 일회용 마스크를 착용한 채 회의를 참관했다. 이와 비슷한 장면은 다양한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장관들 입장에선 정부 정책을 수행하는 부처의 수장으로서 정책과 부합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아무리 공직자라 해도 대통령이나 총리의 당부만으로 개인의 안전 관리 수단을 강제할 수는 없는 일이다. 다만, 공무원들이 착용한 일회용 마스크로 인해 장관들의 솔선수범마저 ‘보여주기’식 이벤트로 전락하고 있는 점은 아쉽다.
류효진 기자 jskn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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