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뒷북 조치에 시민 불안 가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가운데 일부가 자가격리 지침을 무시한 채 지역사회를 활보한 것으로 드러나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세종시와 해수부는 이런 사실을 수일 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가 뒤늦게 조치에 나서 코로나19 사태에 안일하게 대처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18일 세종시에 따르면 낮 12시 현재 지역 코로나19 확진자는 41명이다.
이 가운데 해수부 소속 공무원은 전체의 70%(28명)에 육박한다.
문제는 이 중 8명이 검사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자가 격리토록 한 지침을 어기고 지역 곳곳을 돌아다닌 것이다.
세종시가 홈페이지에 게시한 ‘확진자 이동경로’에 따르면 이들은 선별진료소 검사 이후 지역 약국과 마트, 식당을 돌아다녔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자택으로 간 직원도 있었다.
처음 자가격리 지침을 어긴 해수부 소속 직원은 11일 확진판정을 받은 21번이다. 이후 해수부 공무원 확진자가 계속 쏟아졌지만, 자가격리 지침을 지키지 않은 직원은 계속 나왔다.
자가격리 위반 사실이 지난 11일 명백히 드러났는데도 이를 방치한 셈이다.
세종시와 해수부는 지역사회의 비판이 쏟아지자 뒤늦게 조치에 나섰다.
세종시는 중앙부처에 자가격리를 반드시 준수해 달라는 공문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춘희 시장은 “지금까지 구두로 주의사항을 전달했지만, 이젠 문서화된 안내문을 전달하겠다”고 해명했다.
해수부도 자가격리 지침을 어긴 직원에 대해 문성혁 장관 명의로 서면경고를 했다. 치료가 끝나면 이들의 행적을 세부적으로 자체 조사한 뒤 필요할 경우 징계 등의 조치도 할 방침이다. 이들 외에도 방역이나 자가격리 등과 관련한 지침을 어기거나 불미스런 행동이 적발되면 장관 명의로 엄중히 문책하고, 필요할 경우 징계까지 한다.
해수부는 이밖에 자가격리대상 직원 254명을 대상으로 전담 공무원을 지정해 하루 두 차례 전화로 증상과 자가격리 지침 준수 여부 등을 확인하고 있다. 직원들에게 지정 장소를 벗어나면 경보음이 울리는 자각격리자 안전보호 앱 설치도 권고했다. 앱은 격리자가 하루 두 차례 발열ㆍ기침ㆍ인후통 등 코로나19 증상 유무를 자가진단하면 그 결과가 보건소로 자동 통보되는 기능을 갖췄다.
당국의 늑장 대처는 주민 불안과 불신을 키우고 있다. 자가격리 지침을 어긴 해수부 공무원이 다녀간 업소 등에 대한 방역작업이 이뤄졌는데도 주민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정부세정청사 인근 어진동 한 주민은 “코로나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소문이 파다한데 가고 싶겠냐”며 “1차적으로 자가격리를 어긴 해수부 직원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겠지만, 세종시와 해수부 전부 못 믿겠다”고 불신을 드러냈다.
당국의 보다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도담동에 사는 30대 주민은 “평소엔 행정기관에서 강력한 조치를 하면서 왜 이렇게 중요한 때에는 그러지 못하냐”며 “이럴 때는 더 강력하게 행정력을 동원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종시 관계자는 “해수부를 포함해 중앙부처와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자가격리 등 규정 준수가 더 철저히 이뤄지도록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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