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소말리아 해역에 수 차례 파견돼 성공적으로 작전을 수행해 온 문무대왕함 승조원들이 생명수당을 모아 자매도시인 경주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성금으로 기탁했다. 군함으로 환생한 문무대왕이 경주(신라) 수호신으로 거듭난 셈이다.
경주시에 따르면 해군 7전단 문무대왕함(4,500톤급) 함장과 승조원들은 최근 세계일주 순항훈련을 마친 뒤 나온 마일리지(생명수당) 60만원을 경주시종합자원봉사센터에 전달했다.
성금은 문무대왕함 승조원들이 해군 순항훈련 과정에 1㎞에 10원씩 적립한 마일리지를 모은 것이다. 문무대왕함은 지난해 8월부터 5개월간 임관을 앞둔 제74기 해군사관학교 생도들을 태우고 141일간 5만9,255㎞를 항해하며 12개국 14개항에 들리는 세계일주 순항훈련을 마쳤다.
훈련을 마친 승조원들은 마일리지를 적지만 자매도시인 경주를 위해 쓰겠다는 의사를 전달했고, 당초 3월 초에 경주를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신종코로나 사태가 악화하면서 대면방문을 취소하고 송금으로 대체했다. 양 측은 2015년 자매결연했다.
김태식(대령) 함장은 주낙영 경주시장에게 전화를 걸어 “신종코로나와 불철주야 싸우는 경주시 공무원과 관내 시설을 생활치료센터로 제공한 시민들의 대승적인 결단에 감동했다”며 “장병들이 거친 파도와 싸워 얻은 생명수당이기에 신종코로나 극복에 큰 힘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경주시는 문무대왕함과 자매결연 후 함장 이취임식에 참석하고 위문품을 전달했다. 문무대왕함도 장병들이 문무대왕 수중릉, 통일전, 월정교, 경주역사유적지구 등 호국안보관광에 참여하는 등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다.
경주시 예병원 안전정책과장은 “경주시와 문무대왕함이 자매결연으로 어려운 위기 때 서로 위로하고, 위로 받으며 빛을 발하고 있다”며 “문무대왕의 ‘죽어서도 나라를 지키겠다’ 호국정신으로 무장한 문무대왕함은 살아서 바다를 수호하는 문무대왕의 환생”이라고 말했다.
경주=김성웅 기자 ksw@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