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을 떠나 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 영구제명 조치를 취해 복당을 금지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했지만 정작 무소속 출마자들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반응이다. 지난 20대 총선 당시 무소속으로 당선된 뒤 복당한 전력의 이 대표 발언이기 때문이다.
공천 과정에서 ‘컷오프’(공천 배제) 된 이후 무소속 출마 의사를 밝힌 오제세(4선ㆍ충북 청주서원) 의원은 17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이해찬 대표의 발언이) 납득이 가지 않는다. 영구제명을 한다는 말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도 과거 무소속 출마를 하고 복당을 했는데 어안이 벙벙할 뿐”이라고 꼬집었다. 오 의원은 무소속 출마와 관련해 사실상 결심을 굳힌 단계다.
공천 결과에 불복해 무소속 출마에 나서는 민주당 내 다른 인사들도 이 대표의 발언에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공천에서 배제된 뒤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민병두(3선ㆍ서울 동대문을) 의원 역시 이 대표의 ‘영구 제명’ 발언에 심경 변화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여권 관계자는 “소신에 따라 무소속으로 출마한 뒤 당에 복귀한 ‘이해찬 모델’이 지난 총선 이후 회자가 됐다”며 “그런 이 대표가 직접 무소속 출마를 막는 발언을 하자 당사자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세습공천’ 논란 때문에 경기 의정부갑 예비후보에서 지난 1월 사퇴한 문희상 국회의장의 장남 석균씨도 이날 “당당하고 떳떳하게 21대 총선 출마를 선언한다”고 공식 출마를 선언했다. 이 대표의 ‘영구제명’ 경고에 전혀 미동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오히려 그는 “민주당 예비후보를 사퇴해 억울했지만 시민과 당원에게 떳떳한 후보를 보내 달라고 (당에) 요청했다”며 “그러나 민주당은 의정부와 전혀 연고도 없는 후보를 공천했다”고 지적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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