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지역 확산을 막기 위해 신천지예수교 신도와 종교시설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정확한 조사를 위해 현장 조사를 실시하고자 하니 적극 협조해주시기 바랍니다.”
17일 오후 2시 신천지교회 서울야고보 지파 본부가 자리한 서울 노원구 상계동 5층 규모 상가 앞. 박병현 서울시 문화시설과장과 민생사법경찰단 등 공무원 23명이 들이닥쳤다. 신천지 교인 명단과 집단거주시설 등 시설 현황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행정조사에 앞서 서울야고보 지파장에게 ‘행정조사협조요청서’를 전하는 박 과장의 말투는 정중했지만 현장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시는 신천지가 일부러 누락하거나 은폐한 자료를 제출해 코로나19 방역을 방해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신천지 서울ㆍ경기 4대 지파인 서울야고보 지파와 강서구 화곡동의 바돌로메 지파 본부교회에 대한 종합행정조사를 동시에 벌였다. 특히 이곳에 본부를 둔 서울야고보 지파는 동대문교회, 구리시온교회, 포천교회 등 서울ㆍ경기 북부를 관할하며 신자 수가 1만3,000여명으로 가장 많다.
상가 내 신천지 시설은 이미 지난달 25일부터 폐쇄된 상태였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상가 내부는 을씨년스러웠다. 신천지 신자로 보이는 20여명 무리를 제외하고 방문객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굳게 닫힌 문마다 빨간 글씨로 ‘시설폐쇄’라고 쓰여진 안내문만 눈에 띌 뿐이었다.
서울야고보 지파가 전체를 쓰고 있는 3, 4, 5층은 아예 출입이 봉쇄돼있었다. 식당, 미용실, 치과, 한의원 등과 신천지센터, 홍보부 사무실이 함께 쓰는 2층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오랜만의 인파가 생경한 듯 한 상인은 “무슨 일이 있느냐”고 머리를 내밀고 묻기도 했다. 또 다른 상인은 “손님이 한 명도 없는 날도 있다”며 “저 사람들 때문에 피해가 너무 심하다”고 하소연했다.
이날 조사는 4시간 이상 이어졌다. 시는 이번 조사로 신천지 신자와 시설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고, 고의로 숨기거나 누락한 사실이 발견되면 고발할 방침이다. 유연식 시 문화본부장은 “아직 코로나19 사태가 완전히 진정되지 않았는데도 신천지 관련 위장시설에서 비밀리에 집회를 연다는 제보가 들어오고 있다”며 “시민 제보가 계속되고 새로운 시설이 드러났기 때문에 필요한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현재 신천지 신자 116명은 소재가 불확실해 조사를 못하고 있고, 신천지 제출 명단 외 추가로 확인된 시설만 최소 50곳이라는 게 시의 설명이다. 신천지 법인 취소도 다음 주중 마무리할 계획이다. 지난 13일 청문 절차를 마쳤고, 신천지 측에 소명 자료 제출을 요구한 상태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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