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귀국투표 독려 방침… 각국 조치 따라 추가 대응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적으로 번지면서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4ㆍ15 총선의 재외국민선거(재외선거)도 차질을 빚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는 17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재외선거를 중지하겠다고 결정했고, 이동제한명령이 떨어진 이탈리아의 재외선거 일정을 대폭 축소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재외선거 중지 및 축소 지역이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럽과 미국 일부 주에선 이동제한명령이나 다중이용시설 이용 제한 방침이 속속 이어지고 있다. 선관위는 일단 해외 거주 국민들에 대해 ‘귀국투표 제도’를 안내하며 투표 독려를 하겠다는 방침이다.
재외선거는 만 18세 이상으로 국외에 거주하거나 체류하는 대한민국 국민을 대상으로 국내 거주 국민과 동일한 투표를 해외에서도 가능하게 하는 제도다. 2007년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해외 체류중인 국민들에게도 선거권 행사가 가능해지면서, 2012년 19대 총선부터 도입됐다. 이번 총선에서는 재외 투표 기간이 다음달 1일부터 6일까지다. 각 국가에 있는 한국 대사관ㆍ총영사관ㆍ분관 등 205개소에서 현지시간 오전 8시∼오후 5시 투표가 진행된다. 올해를 기준으로 해외에 체류 중인 재외국민(약 269만명) 가운데 21대 총선에서 투표를 하겠다고 신고한 인원은 모두 17만1,959명이다.
19대 총선 이후 모두 4번의 재외선거가 시행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신종 코로나 사태 확산으로 일부 국가의 선거 중지 결정이 내려지는 등 비상이 걸렸다. 선관위는 이날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재외선거를 중지했다. 중국 정부가 후베이성을 봉쇄함에 따라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투표 관리 인력의 입국은 물론, 재외투표 장비ㆍ물품 등의 반입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우한의 재외선거 대상자 151명 중 현지에서 계속 체류 중인 42명은 이번 총선에서 투표가 불가능하다.
이탈리아에서는 재외선거 기간이 축소됐다. 이탈리아 정부가 자국 내 이동제한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동제한명령이 다음달 4일까지인 것을 감안해 선관위는 재외선거 기간 중 다음달 5일부터 이틀간만 투표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선관위가 파악하고 있는 이탈리아 내 재외선거 대상자는 1,135명이다.
문제는 해외 각국에서 이동제한명령 등 조치를 추가적으로 내놓고 있는 상황이라 재외선거에 제약이 따르는 지역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선관위는 전국 이동제한명령이 내려진 스페인(768명ㆍ이하 재외선거 대상자수)과 외출 제한을 강화하고 있는 오스트리아(448명), 인도(1,786명) 등 다른 나라의 상황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 상황도 심상치 않다. 이미 뉴욕 주(7,646명)는 일정 규모 이상의 모임 금지를 비롯해 식당 등 대중시설의 영업을 제한하고 있는 걸로 알려졌다. 선관위 관계자는 이날 “유럽과 미국 지역의 결정에 따라 선관위의 추가 대응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며 “우한처럼 도시나 나라 자체를 봉쇄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투표권 행사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선관위는 ‘귀국투표 제도’를 안내하는 등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귀국투표란 재외선거 대상자 중 투표 개시일(다음달 1일) 전에 귀국해 해외에서 투표할 수 없는 경우, 귀국사실을 주소지 관할 선관위에 신고하면 선거일에 국내 투표소에서 투표할 수 있는 제도다. 해외 파견을 예정했다가 나가지 못한 국민들, 신종 코로나 확산을 우려해 국내로 일시 귀국한 국민들, 중국 우한에서 철수한 국민 등이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들은 다음달 1일부터 15일까지 자신의 귀국 사실을 증명할 서류(출입국에 관한 사실증명)를 선관위에 제출하면 된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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