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식 작가. 한국일보 자료사진

‘빨강머리 앤’을 국내 최초로 번역, 소개한 소설가 겸 아동문학가 신지식이 지난 12일 별세했다. 향년 90세.

1930년 1월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중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1948년 이화여고 재학 시절 전국 여학생 현상 문예에 단편 ‘하얀 길’이 수석으로 당선되며 문단에 나왔다. 이화여대 국문과를 졸업한 뒤 이화여고와 이화여대에서 교사와 강사로 34년간 근무했다.

첫 소설집 ‘하얀 길’(1956)을 비롯, ‘감이 익을 무렵’(1958) ‘갈매기의 집’(1975) 등 소녀만의 서정적이고 순수한 마음을 그려낸 작품을 꾸준히 발표하면서 널리 사랑받았다. 대표작 ‘하얀 길’은 1973년 이청준 최인훈 등을 누르고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3권의 소설집과 3권의 수필집을 비롯, 평생 40여권의 동화집을 내며 오늘날 아동청소년 문학의 기틀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인은 오랫동안 사랑받은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명작 ‘빨강머리 앤’을 1963년 국내에 처음 번역 소개한 인물로도 유명하다. 이화여고 국어 교사였던 1953년 서울 인사동 헌책방에서 일본어판 ‘빨강머리 앤’을 접한 뒤 1960년 이화여고 주보(週報) ‘거울’에다 번역, 연재했다. 이를 모아 창조사를 통해 정식 번역본을 출간했다. 고아라서 독신 남매 미슈와 마릴라에게 입양됐지만, 밝고 희망찬 앤을 그려낸 줄거리는 당시 큰 인기를 끌었고, 이후 소녀들의 필독서가 됐다. 고인은 1963년 서문에 "'앤'과 같은 불쌍한 고아가 많은 우리나라에서, 저는 이 책이 조금이라도 그러한 소년 소녀들에게 웃음과 희망을 줄 수 있다면 얼마나 보람 있을까 생각하면서, 나의 사랑스러운 친구 '앤'을 소개합니다"라 직접 적어두기도 했다.

유네스코 문예상(1968), 대한민국 아동문학상 대통령상(1979), 이주홍 아동문학상(1983), 제17회 한국어린이도서상(1996), 화관문화훈장 등을 받았다. 아동문학에 헌신하며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 지난해 11월 지병으로 쓰러진 뒤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상을 떠났다. 장례는 14일 가족장으로 치러졌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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