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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기야 소송 제기된 ‘금값 마스크’… 법조계 “불공정 계약은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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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기야 소송 제기된 ‘금값 마스크’… 법조계 “불공정 계약은 아냐”

입력
2020.03.17 16:55
수정
2020.03.17 18:38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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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마스크 가격이 폭등하자 화가 난 시민들이 판매업체를 상대로 환불소송을 제기했다. 마스크 품귀 현상을 틈타 업체가 폭리를 취했다는 취지지만, 법조계에선 가격을 비싸게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불공정한 계약이라 보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한 온라인 쇼핑몰에서 KF94 마스크 20장을 장당 5,980원에 구입한 A씨는 이달 13일 “부당하게 챙긴 8만원을 돌려달라”며 마스크 판매업체 B사를 상대로 매매대금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정부가 공급하는 공적 마스크의 장당 가격(1,500원)을 기준으로 일부 사용한 마스크의 비용을 제외했을 때 B사가 장당 4,000원씩 8만원의 부당한 이득을 얻었다는 주장이다.

A씨는 소송을 제기하며 ‘불공정한 법률행위’를 규정한 민법 104조에 따른 무효 계약이라고 주장했다. 민법 104조는 ‘당사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으로 인해 현저하게 공정을 잃은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그러나 A씨가 구입한 마스크 가격이 경험칙상 도저히 용납 할 수 없을 정도라 보기 어렵고, 다양한 사이트에서 가격을 손쉽게 비교할 수 있는 온라인 쇼핑의 특성 등을 고려할 때 민법 104조의 적용을 받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온라인상에서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따라 물건을 비싸게 주고 산 것에 불과하다”며 “공적 마스크와 가격 차이도 3~4배에 불과해 ‘현저한 불균형’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민법 104조에 따라 불공정한 법률행위를 인정하는 사례도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법이 어떤 계약을 무효라고 인정하려면 완전히 상식 밖의 계약조건을 내걸었거나 폭력, 협박 등으로 인해 목숨이 위태로울 정도여야 한다”고 말했다. 위독한 아버지의 치료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급하게 부동산을 처분할 수밖에 없는 사정을 빌미로 토지 1만6,964평을 1만원에 매입한 사건을 법원에서 무효화한 정도가 법조계에서 거론되는 사례다.

하지만 A씨 측은 폭리를 취하려는 업자들에게 경고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소송이라는 입장이다. A씨 사건을 맡은 황성현 변호사는 “민법 104조의 적용여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다”면서도 “마스크 가격에 공분하는 국민에게 권리구제 방법을 알릴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가치 있는 소송”이라고 설명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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