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이익 27% 줄어 10년 만에 최악
초저금리 탓 운용수익률 악화
대면 공포로 영업 타격도 불가피
지난해 국내 보험사 실적이 2009년 이후 10년 만에 최악을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금리 하락과 자동차보험 손해율 악화 등의 악재가 줄줄이 겹친 결과다. ‘제로금리’라는 또 다른 변수를 맞닥뜨린 올해 경영 환경은 더욱 암울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24개 생명보험사와 31개 손해보험사의 당기순이익 총합은 5조3,36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8년 보다 26.8%(1조9,496억원) 줄어든 수준이다. 미국발 금융위기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터진 직후인 2009년 (3조9,963억원) 이후 최저이기도 하다.
생명보험사의 경우 당기순이익이 3조1,140억원으로 전년보다 22.8% 줄었다. 금리 하락으로 보증준비금이 늘어나며 보험영업손실이 24조4,198억원으로 2018년(23조6378억원 손실)보다 확대된 탓이다. 손해보험사의 당기순이익 감소는 더 심하다. 31개 손해보험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조2,227억원으로 2018년보다 31.7%나 줄었다.
문제는 올해 실적이 더욱 악화될 게 불 보듯 뻔하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기존 1.25%에서 0.75%로 내리는 ‘빅컷’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은 고객의 보험료를 국고채나 우량 회사채에 투자해 수익을 올리는 구조여서 이 같은 초저금리 환경에선 운용수익률이 더욱 나빠질 수 밖에 없다.
여기에 코로나19로 ‘대면 포비아(공포증)’가 확산되면서 보험업계 영업에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이달에만 계약 실적이 30% 가량 줄어들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불황을 넘어 업계 전체가 생존을 걱정해야 할 지경이라는 분석까지 나오는 이유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산업을 둘러싼 대내외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만큼, 업계가 외형 확대만을 위해 과열경쟁을 펼치는 것을 지양하고 건전성을 제고해 내실 있는 경영을 추구할 수 있도록 감독 및 검사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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