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구매력평가지수 일본 추월 함정
아시아 일부 나라는 유럽 국가도 추월
성장동력 감소 중인 일본기준 넘어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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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통계자료가 언론지상에서 화제가 되었다. 한국이 반세기 만에 일본을 추월했다는 것이다. OECD 통계자료를 인용하여 구매력 평가지수(PPP)로 계산한 한국의 1인당 GDP가 2017년 일본을 추월했다고 한다. 이 통계는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수치를 보고 우리가 희희낙락할 일은 아니다. 오히려 상황은 걱정스럽다.

첫째, 2017년 OECD 통계를 보면 1인당 GDP(PPP)가 한국이 4만1,001달러, 일본이 4만885달러로 우리가 일본을 앞선 것이 맞다. 그러나 같은 해 OECD 회원국 전체 평균은 4만2,856달러. 한국은 일본을 앞서긴 했지만 OECD 회원국 평균에도 못 미친다.

둘째, 일본을 앞지른 것은 우리가 최초가 아니다. 세계은행과 IMF 통계를 보면, 1인당 GDP(PPP)에서 대만은 2008년 일본을 추월했다. 격차는 더 벌어져서, 2018년 대만은 일본을 1만달러 이상 앞서고 있다. 홍콩은 1993년 첫 추월 후 2000년부터 격차를 벌려 2018년 2만2,000달러 이상 앞서고 있다. 싱가포르는 1990년 이후 단 한 번도 일본에 뒤처진 적이 없다. 대만, 싱가포르, 홍콩이 우리보다 훨씬 먼저 추월했는데, 지금 우리가 일본을 추월한 것이 그리도 기뻐할 일인가?

셋째, 아시아 다른 나라들은 일본뿐 아니라 유럽 국가들도 추월하고 있다. 대만은 1인당 GDP(PPP)에서 2007년 프랑스를 추월했으며, 2018년에는 7,500달러 정도 앞서고 있다. 대만은 영국도 2010년 추월하여 2018년 7,000달러 이상 앞서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8년 현재 여전히 영국, 프랑스에 비해 각각 5,000달러 이상 뒤처져 있다. 2018년 싱가포르의 1인당 GDP(PPP)는 10만달러가 넘는다. 독일(약5만3,000달러), 영국(약 4만6,000달러), 프랑스(약 4만5,000달러)의 두 배 정도이고, 한국(약 4만달러)보다 2배반이 넘는다. 이래도 우리는 일본만 이기면 환호성을 질러야 하나?

사실 1인당 GDP(PPP)의 장기추세를 국가 간 비교해 보면 현재 우리 국민경제는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우리와 1인당 GDP (PPP) 순위가 비슷한 나라들과 아시아의 주요 경쟁국들중 10개 국가(홍콩, 싱가포르, 독일, 프랑스, 영국, 일본, 스페인, 뉴질랜드, 이탈리아, 대만)를 선정하여 IMF와 세계은행 자료로 장기추세를 그려 보면 무엇이 문제인지 드러난다.

우선 1990년 이후 2018년까지 29년동안 우리가 추월한 나라는 스페인밖에 없다. 그나마 2018년 현재 스페인에 불과 400달러가량 앞서 있을 뿐이다. IMF와 세계은행 통계에서 일본은 여전히 소폭이나마 한국을 앞서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일부 국가가 빠른 속도로 우리를 앞서 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홍콩, 싱가포르, 대만, 독일은 우리와 격차를 벌리고 있다. 독일의 경우, 2008년 약 3만8,000달러였고, 같은 해 한국은 약 2만9,000달러로 격차는 약 9,000달러였다. 2018년 독일은 약 5만3,000달러, 한국은 약 4만달러로 격차는 약 1만3,000달러. 10년 넘게 지났는데 격차가 오히려 벌어졌다.

원인이 뭘까? 90년대 한국의 1인당 GDP(PPP)는 약 2배 성장했다. 2000년대에는 약 1.6배. 그런데, 2010년에서 2018년 사이에는 불과 32% 성장했다. 성장 동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해방후 일본과의 교류 속에 성장해 온 우리가 ‘극일’을 모토로 삼아 온 것이 이해 못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제 한국 경제도 규모가 커졌고, 전 세계를 상대로 하는 글로벌 플레이어가 되었다. 더욱이 일본은 세계 최고령 사회에 정부 부채 세계 최대국가이다. 인구도 매년 약 40만명씩 감소하고 있다. 성장 동력이 감소하고 있는 우리가 역시 성장동력이 감소 중인 일본을 기준으로 삼을 이유가 무엇인가? 우리의 미래 비전을 찾겠다면 아시아의 경쟁국들이 어떻게 유럽 국가들을 넘어섰는지를 볼 일이다. 이제 일본만 쳐다봐선 안된다.

장부승 일본 관서외국어대 교수ㆍ정치학

※ [아침을 열며] 코너에서 글을 써왔던 장부승 일본 관서외국어대 교수가 오늘부터 [한국의 창(窓)]코너로 옮겨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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