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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 Why] “왜 하필 휴지를” 화장지 사재기의 심리학

입력
2020.03.17 13:33
수정
2020.03.17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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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재기 안 해도 된다” 유통업계 당부에도 줄 서서 화장지 사재기

영국, 호주 등 일부 국가에서는 1인당 구매 개수 제한까지

트위터 캡처
트위터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창궐하는데도 한국엔 길가에 화장지가 쌓여 있다니!”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의 눈에는 마트 앞에 쌓인 화장지 묶음이 신기하게 비친 듯합니다. 그는 지난 14일 자신의 트위터에 사진과 함께 이 같은 트윗을 올려 주목받았는데요. 해외 사정이 어떻길래 우리의 화장지 더미가 외국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까지 올라가게 됐을까요?

홍콩, 일본, 미국, 영국, 호주 등에선 화장지 사재기 현상이 사회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영국 유통업계는 신문 등 언론 광고를 통해 “코로나19로 사재기를 하지 말라”고 호소했고요. 1인당 구매할 수 있는 화장지 개수도 제한했습니다. 미국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백악관까지 나서 화장지 사재기를 멈출 방안을 모색했다는데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5일 브리핑과 16일 발표한 코로나19 생활 수칙에서 “불필요한 양의 식품과 생활필수품을 쌓아놓지 않길 바란다”며 사재기를 멈춰 달라고 거듭 당부했습니다.

트위터 캡처
트위터 캡처

왜 하필 화장지일까요? 사재기하는 당사자들도 정확한 이유를 알지 못하는 듯합니다. 트위터에는 “우리가 다른 사람들보다 특정 신체 기관이 많은 건가”(st*****)라며 익살스러운 글이 올라오기도 하고요. 이에 심리학자들이 분석까지 내놓았습니다.

먼저 14일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에 따르면, 매리 알보드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화장지 사재기 현상에 대해 “휴지가 있어야 할 장소에 있으면 안심이 된다. 우리는 먹고 자고 배변하는데 이는 우리 자신을 돌보는 기본적 욕구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는데요. 또 사회적 존재인 인간이 청결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알보드 교수는 “인간이 사회적으로 존재할 만한, 냄새 나지 않게 깨끗한 상태를 지키는 것에 관한 욕구”라고 덧붙였습니다.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인근 레드몬드시의 한 마켓의 내부 모습. 화장지를 포함한 생활필수품이 자취를 감췄다. 교민 안대혁씨 제공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인근 레드몬드시의 한 마켓의 내부 모습. 화장지를 포함한 생활필수품이 자취를 감췄다. 교민 안대혁씨 제공

화장지는 대체재가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실제로 트위터 등 SNS에서는 “화장지가 없어서 키친타월을 쓴다”는 글도 올라왔는데요. 바룩 피쇼프 카네기 멜론대 교수는 “음식이 떨어지면 다른 음식을 찾으면 되지만, 화장지는 대체할 만한 게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사람들이 생소한 감염병의 존재를 깨달았을 때, 그 정보가 모자랄 경우 가장 극단적인 경우를 가정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전염병의 심리학’ 저자 스티븐 테일러 브리티시 콜롬비아대 교수는 지난 9일 CNN과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어떤 위험한 일이 닥쳐온다는 말을 들었을 때 사실은 손을 잘 씻으면 되는 일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게 된다”며 “위험하다는 인식이 특별한 조치를 하게 만든다”고 말했습니다.

트위터 캡처
트위터 캡처

정부 보건당국의 지시가 명확하지 않다고 느낄 때 사재기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는데요. 피쇼프 교수는 이날 CNN과 인터뷰에서 “이미 선제적 조치를 취한 국가와 달리 자신이 속한 나라의 보건당국이 취하는 코로나19 대응조치가 못 미더울 경우, 화장지를 구매하는 경향을 부추길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재기 현상이 언론과 SNS로 중계되면서 사재기 현상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테일러 교수는 “사재기는 두려움을 전염시키는 효과가 있다”며 “사회적 동물인 사람들은 안전한지 또는 위험한지를 파악하는 신호를 서로에게서 찾는다”고 분석했습니다.

적당한 사재기는 오히려 필요하다는 말도 있는데요. 미 보건당국은 CNN에 “현재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필요한 시점으로 각자 집에 오랜 기간 머무르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생필품은 갖춰 두는 것이 좋다”고 밝혔는데요. 피쇼프 교수도 “부패하지 않는 물건을 미리 사두는 것은 비록 번거롭긴 하지만 언젠간 사야 할 물건이기 때문에 괜찮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화장지가 부족해지는 건 아닐까요? 지난달부터 일부에서는 화장지 원재료가 중국 등에서 나오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원재료 공급이 중단되면 화장지가 부족해지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 때문인데요. 제조업체와 유통업계는 절대 아니라고 합니다. 미국 소비재 기업 프록터앤갬블은 16일 포브스와 인터뷰에서 “우리의 모든 종이 제품은 미국에서 만들고 재료도 주로 북미와 남미에서 공급받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더구나 중국은 코로나19 새 확진자 발생이 진정세로 돌아서면서 멈췄던 공장들이 가동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입니다.

트위터 캡처
트위터 캡처

해외에서도 화장지 사재기에 의문을 제기하며 자제할 것을 당부하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17일 트위터에는 “화장지 사재기 좀 그만하고 필요한 이들에게 나눠주는 미덕이 필요하다”는 글이나 “사재기할 돈으로 형편이 어려워서 밥을 못 먹는 이들을 위해 기부하자”고 독려하는 글도 올라오고 있는데요. 마치 한국에서 ‘마스크 안 사기’ 운동을 벌이는 이들이 언급한 이유와 같은 맥락으로 보입니다. 또 화장지 제조업체에 근무하는 이들이 지나친 업무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배려하자는 글도 주목 받고 있다고 하네요.

이정은 기자 4tmr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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