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 금서면 지리산 자락의 동의보감촌. 허준과 유의태를 어거지로 끌어들였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한방 휴양지로 자리 잡았다. 산청=최흥수 기자

코로나 확산이 장기화하면서 몸도 마음도 하루하루 지친다. 이 사태가 끝나면 산ㆍ강ㆍ바다 어디로든 나가서 시원한 바람이라도 쐬어야 살 것 같다. 산청에서는 동의보감촌이 제격이다. 지리산 맑은 공기로 기력을 충전하고, 건강 음식으로 면역력을 높일 수 있는 곳이다.

동의보감촌은 드라마 허준(2000년)의 인기에 착안해 조성한 한방 휴양시설이다. 동의보감을 편찬한 허준은 드라마에서 스승 유의태로부터 경상도 산음 땅에서 의술을 배운 것으로 그려진다. 현재의 산청이다. 그러나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비슷한 시기 산청에 실재한 의원의 이름은 유의태가 아닌 유이태였고, 더구나 허준보다 100여년 뒤의 인물이어서 그의 스승일 수 없다는 반박이 이어졌다. 허준이 나고 자란 곳 역시 산청과는 관계없다. 동의보감과 산청이 무슨 상관이냐고 따지고 들면 변명이 군색할 수밖에 없다.

동의보감촌 곰 조형물 내부에서 본 모습. 맞은편 희미한 능선이 억새와 진달래로 유명한 황매산이다.
동의보감 한의원 유리창으로 필봉산 능선이 펼쳐진다.

그럼에도 동의보감촌이 산청을 대표하는 관광지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건 순전히 지리산 덕분이다. 시설이 위치한 곳은 해발 400~700m 산자락이다. 뒤편에 지리산 동쪽 봉우리인 왕산과 필봉산이 우뚝 솟아 있어 공기 좋은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전망도 빼어나다.

한의학박물관ㆍ한방기체험장ㆍ약초테마공원ㆍ자연휴양림 등의 시설과 이를 연결한 산책로는 인체의 장기를 형상화한 거대한 공원으로 꾸며져 있다. 전체를 둘러보려면 족히 2시간은 넘게 걸린다. 한방기체험장 주변에 배치한 3개의 커다란 바위는 관람객이 꼭 찾는 곳이다. 솥뚜껑을 엎어 놓은 듯한 복석정, 60톤 무게의 거대한 돌 거울인 석경, 127톤에 달하는 거북 모양 귀감석에 몸을 기대고 기운을 받는다. 과학이라기보다 일종의 믿음인데, 요즘처럼 코로나 때문에 활동이 줄고 기력이 약해진 때라면 조그만 기운이라도 받아 안았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해진다. 귀감석에는 베트남에서 활약 중인 산청 출신 박항서 감독의 패널이 세워져 있다.

동의보감촌의 복석정 바위에 한 여행객이 몸을 기대고 있다.
지리산 기운이 전해질까? 여행객이 거북 모양 귀감석에 몸을 기대고 있다. 바위 앞에 산청 출신 박항서 감독 패널이 세워져 있다.

동의보감 한의원의 왕뜸과 공진단 만들기 체험도 인기다. 쑥과 한약재를 황토와 버무린 뜸 재료는 연기가 나지 않아 황토무연뜸으로 부른다. 재료에 불을 붙인 후 사발 모양의 용기에 담아 수건으로 덮은 배 위에 올리면 은근하게 따스한 기운이 번진다. 김종권 원장은 이때 ‘복식호흡으로 지리산 맑은 공기는 뱃속 깊숙이 들이마시고, 몸 속의 나쁜 기운과 생각은 밖으로 배출하라’고 조언한다. 이렇게 약 40분을 누워 있으면 몸도 마음도 한결 개운해진다.

동의보감 한의원의 왕뜸. 수건으로 배를 덮고 뜸으로 약 40분간 따뜻하게 데운다.
동의보감 한의원의 공진단 만들기. 세 알을 만들어 두 알을 용기에 담아 가져 간다.

공진단 역시 배는 따뜻하게, 머리는 서늘하게 해 주는 보혈제다. 사향을 기본으로 녹용 당귀 산수유를 갈아 환을 빚지만, 사향은 구하기 힘든 재료이니 대신 침향(나무의 수지)이나 목향을 쓴다. 만들기 체험은 간단하면서도 정성이 필요하다. 손가락 두 마디 크기의 경단을 받아 이를 세 조각 낸 후 새알심처럼 동그랗게 빚어 금박지로 씌우면 끝. 한 알은 즉석에서 먹고 나머지 두 알은 선물로 포장해 가져간다. 뜸과 공진단 만들기 체험은 각각 1만5,000원, 3만원. 두 가지를 한꺼번에 하면 4만원이다.

한방 관광지를 내세우는 산청에는 건강을 내세우는 식당이 많다. 동의보감촌의 ‘약초와 버섯골’의 음식 재료는 이름 그대로 갖가지 버섯과 제철 약초다. 1인 기준 노루궁뎅이버섯전골은 1만원, 당귀ㆍ방풍ㆍ신선초 등의 약초와 버섯, 쇠고기를 데쳐 먹는 샤브샤브는 1만5,000원이다.

‘약초와 버섯골’ 식당의 노루궁뎅이버섯전골.
‘산청토박이’ 식당의 한방오골계탕.
‘예담원’ 식당의 선비정식. 돼지고기 수육을 취나물 장아찌에 싸 먹는다.

산청읍의 ‘산장토박이’는 토종닭과 오골계 요리 전문식당이다. 직접 기른 오골계에 엄나무와 홍삼을 통째로 넣은 한방오골계탕이 6만5,000원이다. 3~4인이 든든하게 속을 채울 수 있는 양이다.

남사예담촌의 ‘예담원’은 전통마을에 어울리는 정갈한 정식 밥상이 전문이다. 돼지고기 수육은 취나물 장아찌와 함께 나오고, 샐러드는 지역 특산 딸기 소스로 버무렸다. 반찬으로 나오는 돼지감자 장아찌, 산청 곶감 무침도 별미다. 가장 비싼 선비정식이 1인 2만5,000원(4인 이상 가능)이다.

산청=글ㆍ사진 최흥수 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라이프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