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ㆍ이재명과 코로나 수도권 방역회의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피해 대책과 관련해 “추가경정예산 한번으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상황이 오래 가면 제2, 제3의 대책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각각 ‘재난긴급생활비’와 ‘재난기본소득’ 도입 건의를 받고 이 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이 각계의 재난기본소득 도입 요구에 답변한 것은 처음으로, 도입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서울시청에서 코로나19 수도권 방역 대책회의를 주재하면서 수도권 지역의 공동 방역 강화 방안과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피해 대책을 놓고 참석자들과 토론을 벌였다. 문 대통령은 “이번 코로나 추경안에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예산이 상당히 담겨 있지만, 사각지대가 있을 수 있다”며 추경 효과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어떤 형태로라도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은 중요하다”며 추가 대책을 준비 중임을 시사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이날 기본소득 지원 방안과 관련해 결론을 내지는 않았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강 대변인은 “정부와 지자체 간에 향후 논의할 과제로 남겨 두고 토론 가능성은 열어놓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그간 재난기본소득제 도입과 관련해 표면적으로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어왔다.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위한 법적 근거가 마땅치 않은 만큼 섣불리 접근해선 안 된다는 것이 청와대 기류였다. 4ㆍ15 총선을 앞두고 있어 관련법 개정 추진이 여의치 않은 상황도 청와대는 감안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세계로 확산돼 경제적 후폭풍이 일파만파 커지면서 청와대가 입장 선회를 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전국민을 대상으로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려면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이 필요하다. 이에 청와대는 기본소득의 개념을 반영한 피해 대책을 마련하는 방안에도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 개정을 하지 않으면서 기본소득 지급에 준하는 효과를 보겠다는 취지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후폭풍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내수를 살리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며 “재난기본소득 방식의 대책이 유효하게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박원순 시장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나 실업급여 등으로 보호를 받지 못하는 중위소득 이하 가구를 대상으로 가구당 60만원씩, 총 4조 8,000만원의 재난긴급생활비를 지급할 것을 제안했다. 이재명 지사는 전 국민에게 일정액을 지급하는 ‘재난기본소득’ 도입을 요청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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