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파격적인 수준의 기준금리 인하와 대규모 양적완화 결정을 내렸지만 금융시장에 짙게 깔린 공포를 해소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코스피를 비롯한 아시아 증시는 3% 안팎의 하락폭을 기록했고, 국내 환율시장은 4년 만에 최대치로 반등했다. 세계 각국 정부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경제 살리기에 나서고 있지만, 코로나19가 몰고 올 충격이 어느 정도일 지 가늠이 안 된다는 두려움이 시장을 짓누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시는 급락 환율은 급등
코스피는 16일 전 거래일보다 3.19% 내린 1,714.86으로 거래를 마쳤다.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지난 주말 뉴욕증시가 9% 넘게 반등하고 개장 전에 연준의 금리인하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1.92% 오른 채 거래가 시작됐다.
하지만 이내 상승폭을 반납하고 등락을 거듭하다 막판으로 갈수록 낙폭이 커졌다. 8거래일 연속 ‘팔자’ 행진 중인 외국인들은 이날도 6,830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기관도 3,408억원 규모의 동반 순매도에 나섰다. 개인만 홀로 9,263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코스닥도 전장 대비 3.72% 하락 마감했다.
아시아 증시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이날 일본 중앙은행의 추가 금융완화 발표에도 전장 대비 2.46% 하락한 1만7,002.04로 마감했다. 이는 2016년 11월 이후 약 3년 4개월 만에 최저치다.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이어온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를 비롯한 홍콩, 대만 등 중화권 증시도 일제히 4% 안팎 수준으로 폭락했다.
증시가 또 급락하자 외환시장에도 불안한 투자심리가 고스란히 반영됐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6.7원 오른 달러당 1,226.0원에 마감했다. 이는 2016년 3월 2일(종가 1,227.5원) 이후 4년 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코로나 사태, 끝이 보여야”
시장에서는 불확실성에 대한 공포가 글로벌 정책 공조를 압도하는 상황이란 진단이 나온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세계 금융시장이 가장 우려하는 건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들의 유동성 부족과 그에 따른 부도 위험”이라며 “연준의 금리인하나 국채매입은 은행들의 유동성 위기에는 즉각적인 도움을 줄 수 있겠지만 현재 가장 취약한 기업 부실은 건들지 못할 가능성이 커 불확실성은 해소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통화 당국의 유동성 공급이 불안심리를 일부 완화할 수 있어도 근본적인 해법은 될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영곤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연준으로선 사실상 현재 내놓을 수 있는 카드를 거의 다 썼다”며 “상황의 반전을 위해선 통화 정책 외에도 코로나19가 종식될 가능성이 있다는 희망적인 뉴스가 함께 나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