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연기는 기정사실…남은 건 1주냐 2주 이상이냐
“이제 긴급돌봄 보내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네요. 아이한테 너무 미안하지만 어쩌겠어요.”
대형병원 간호사로 일하는 박모(39)씨는 신종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가 전국 유치원과 초ㆍ중ㆍ고교 개학을 다시 연기한다는 소식에 고개를 내저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들과 유치원생 딸을 둔 그는 개학이 연기된 지난 3주간 아이들을 돌보느라 체력이 바닥 났다. 매일 친정과 시댁에 번갈아 맡기고 때론 남편과 오전ㆍ오후에 각각 반차까지 쓰며 아이들을 돌봤다. 박씨는 “어떻게든 집단생활을 하지 않게 하려 애썼는데 더 이상 이런 일상을 이어갈 수가 없는 지경”이라며 “울며 겨자먹기로 이번 주엔 긴급돌봄 신청을 하려 한다”고 말했다.
전국 학교가 사실상 4월 개학 수순으로 접어들며 육아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학부모들의 근심이 깊어졌다. 중ㆍ고등학생 학부모들도 더 이상 교육 공백이 있어선 안 된다며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16일 복수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교육부는 17일 중앙안전대책본부(중안본) 회의에 개학 연기 안건을 상정해 정부안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신종 코로나 확산세가 계속돼 1차(9일 개학)와 2차(23일 개학) 개학 연기에 이어 또 한번의 연기는 기정사실이 됐다. 3차에는 얼마나 늦추냐가 남았다.
교육부 안팎에서는 2주 이상 개학 연기를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교육감들이 앞다퉈 2주 이상을 요구하고 의학계도 같은 의견이다. 사상 최초의 4월 개학은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3주간 육아 부담을 떠안으며 막다른 골목에 몰린 맞벌이 부모들은 지칠 대로 지쳐 차선책인 긴급돌봄에 의지하려는 분위기다. 그간 긴급돌봄은 아이의 단체생활을 꺼려하는 부모들이 최후 순위로 남겨둔 선택지였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긴급돌봄에 참여하는 초등학생은 이달 10일 8,006명에서 연일 줄어 13일엔 7,394명이 됐다. 그래도 초등학교 1학년 아이를 긴급돌봄에 보낼 예정인 김자영(41)씨는 “긴급돌봄 신청률이 저조해 아예 아이들을 한 반에 통합하게 됐다고 들어 불안하지만 맞벌이라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돌봄 부담이 덜한 중ㆍ고등학생 부모들도 잇따른 개학 연기가 막막하긴 마찬가지다. 특히 상반기 입시를 치러야 하는 고3 학생과 학부모는 시름이 깊다. 서울 강동구의 고3 학부모 권모(51)씨는 “학교에서 수능 준비를 위한 숙제를 내주는 것을 빼면 입시는 전적으로 부모 몫이 됐다”며 “학원도 위험해 과외를 늘리는 게 유일한 방법인데 비용 부담이 크다”고 호소했다.
경북 포항에 거주하는 학부모 권미진(가명ㆍ47)씨는 “지방은 좋은 학원도 많지 않아 학교에 대입 준비를 의지할 수밖에 없는데 3월 한 달이 통째로 사라진 셈”이라며 “지방과 서울의 교육 격차만 더 벌어지지 않겠냐”고 우려했다.
5월 말쯤 치르는 1학기 중간고사가 미뤄지거나 축소되는 것도 입시에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미 ‘중간고사를 과정중심평가로 대체하라’고 학교들에 권고했다. 고3 학부모 김상미(51)씨는 “사실상 중간고사 폐지하고 기말고사 하나로 원서를 쓰라는 말”이라며 “아이들에겐 인생을 건 한 해인데 교육부는 고3 학생을 위한 대책이 일언반구도 없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도 세부적인 대책 없이 개학 연기로만 대응하려는 정책에 우려를 표한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교육 공백이 한 달 이상으로 길어진 상황에서 가정돌봄이 어려워진 가구들을 위한 보다 구체적인 교육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김영훈 기자 hu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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