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국가들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크고 작은 봉쇄 조치에 들어갔다. 도시 출입을 차단하는가 하면 아예 자국민의 출국을 막은 나라도 있다. 상대적으로 의료 시설이 열악하고 이웃나라 간 왕래가 잦은 동남아 국가들도 뒤늦게 빗장을 거는 양상이다.
16일 스쿠프에 따르면 브루나이 보건부는 이날부터 관광객을 제외한 모든 자국민과 외국인의 출국을 금지했다. 치료ㆍ유학ㆍ소송 등 긴급한 사안이 있으면 총리실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보건부 관계자는 ‘출국 금지가 언제까지 지속되느냐’는 질문에 “정부와 지역사회가 코로나19의 확산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지에 달렸다”며 즉답을 피했다.
인구가 약 44만명에 불과한 이슬람 왕정의 소국 브루나이는 지난달까지 감염자가 없다가 이달 들어 2주 새 50명으로 급증했다. 첫 번째 환자는 말레이시아를 방문한 자국민이었고, 40여명은 지난달 말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대규모 이슬람 종교행사에 참석하고 돌아온 뒤 확진 판정을 받았다. “능력을 벗어나면 봉쇄밖에 없다”는 게 보건당국의 설명이다.
필리핀은 15일 수도 마닐라에 이어 최소 41곳이 통행 금지, 쇼핑몰 영업 중단 등 도시 봉쇄에 들어갔다. 30일간의 도시 봉쇄는 감염자 수가 한동안 뜸하다 140명으로 늘고, 최근 누적 사망자가 12명에 달해 치사율이 8%를 넘어서자 선택한 극약 처방이다.
이달 들어 확산세가 거센 인도네시아도 자카르타 봉쇄 카드를 논의하고 있다. 자카르타 지방정부 차원에서 휴교령과 관광지 폐쇄 등의 조치를 내놓았지만, 하루 2,000만명이 오가는 도시를 몇 가지 조치로 통제하기엔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조코 위도도(조코위) 대통령은 15일 대국민 담화에서 “지금 같은 상황에는 우리 모두가 집에서 일하고 공부하고 예배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인도네시아는 2일 확진 환자 두 명이 처음 발생한 뒤 이날 현재 100명을 넘어섰고, 조코위 대통령이 주재한 각료회의에 두 차례 참석한 장관 한 명이 감염되면서 조코위 대통령과 장관 10여명이 코로나19 검사를 받는 등 내각에도 비상이 걸렸다.
싱가포르는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200명을 넘어서자 2주간 자가격리와 건강확인서 제출 등을 내세워 국적 상관 없이 이웃 아세안 9개국 모든 거주자의 단기방문을 17일 자정부터 사실상 막는다. 자국민에겐 불필요한 해외여행을 즉시 미룰 것을 권고했다. 말레이시아 종교행사 참석자 등 ‘해외 감염’이 늘자 앞으로 30일간 취한 조치다.
크루즈선의 입항을 허용했던 캄보디아는 결국 기존 방침을 철회했다. 종교행사로 인해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400명대로 급증한 말레이시아는 관련 행사 참여 자제를 권고했다.
다만 무리한 입국 거부로 우리나라와 마찰을 빚었던 베트남은 13일부터 한국 기업 임직원들의 입국을 전격 허용했다. 베트남 코로나19 확진 환자 57명 중 외국인 17명이 영국 독일 체코 등 주로 유럽인이라는 사실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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