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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영자의 전성시대와 버스 토큰(3.19)

입력
2020.03.19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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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1999년 3월 19일 버스 토큰 폐지 방침을 발표했다. 사진은 SBS 코미디 프로 '영자의 전성시대'에서 버스안내원을 연기하는 이영자.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시가 1999년 3월 19일 버스 토큰 폐지 방침을 발표했다. 사진은 SBS 코미디 프로 '영자의 전성시대'에서 버스안내원을 연기하는 이영자. 한국일보 자료사진.

개그맨 이영자는 1990년대 인기 코너 ‘영자의 전성시대’를 통해 1960~80년대 버스 안내원의 애환을 연기했다. 그는 안내원 일의 정서적 물리적 고단함을 그 특유의 억센 웃음으로 눙쳤지만, 또 코미디 프로 특성상 다룰 수 있는 소재도 한계가 있었겠지만, 그들과 함께 버스를 이용한 경험이 있거나 안내원으로 일한 적이 있는 이들에게 그 프로는, 보여주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그가 선사한 웃음에는 그래서 애잔한 여운이 있었다. 1961년 버스운송사업법에 따라 도입된 ‘여차장제도’의 안내원은 당연히 모두 여성이었고, 그래서 주로 ‘안내양’이라는 희한한 명칭으로 불렸다.

1970년대 ‘버스 토큰’의 등장은 안내원에게 적잖은 축복이었다. 흔들리는 차 안에서 몸을 가누며 현금 손님에게 거스름돈을 셈해 내주는 수고를 덜 수 있어서였다. 서울시가 토큰을 도입한 건 1977년 12월 1일이었다. 물론 토큰이 안내원을 배려해서 생긴 건 아니었다. 토큰을 팔면서 운송조합 측은 요금을 선불로 받게 됐고, 운행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 속칭 ‘삥땅’이라 불리던 안내원의 차비 횡령 가능성을 현금 지폐보다 낮추는 효과도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안내원들이 겪던 모멸적인 몸수색은 이후로도 근절되지 않았다.

주화 납품업체인 풍산금속이 제조한 토큰은 흰색과 황색 두 종류였다. 초기 학생용과 일반용으로 구분되던 게 통합되면서 버스요금이 오를 때마다 색을 번갈아 썼고, 그래서 차비 인상 차익을 노린 소소한 ‘투기’ 수단이 되기도 했다. 제조단가가 만만치 않다는 단점과 더불어, 그건 운송조합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작용이었다.

토큰은 1996년 처음 도입된 충전식 교통카드(일명 ‘유패스’)에 밀려 지역별로 점차 퇴장했다. 서울시는 1999년 3월 19일 토큰제 폐지 방침을 공식 발표, 그해 10월 1일부터 카드와 현금으로만 요금을 낼 수 있게 했다. 환불된 토큰은 고철로 녹여 재활용됐지만, 5,520여 만개(1999년 10월 기준, 약 200억 원어치)가 회수되지 않았다.

안내원 제도는, 서울시의 경우 토큰보다 먼저, 요금함과 정류장 안내 방송 및 출입문 자동 개폐설비가 도입되면서 1980년대부터 점차 줄어들었고, 1989년 법 개정과 함께 완전히 사라졌다. 최윤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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