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아프리카 대륙 절반 가까이를 휩쓸었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보건ㆍ의료환경 탓에 더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14일(현지시간) 아프리카 54개국 중 25개국에서 코로나19가 발병했다. 이날 나미비아 르완다 에스와티니(구 스와질란드) 세이셸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첫 감염자가 보고됐다. 코로나19 확산이 더뎠던 아프리카에도 이달 들어 감염 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다.
에스와티니에서 첫 확진 판정을 받은 33세 여성은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을 둘러싼 내륙국가 레소토에 여행을 다녀온 후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아공과 이웃한 나미비아에서는 스페인인 남녀가 양성 판정을 받았다. 르완다의 첫 확진자는 8일 인도 뭄바이에서 온 인도인이었다. 인도양 섬나라 세이셸의 보건당국은 14일 사흘 전 이탈리아에서 귀국한 자국민 2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아프리카 국가 중 코로나19 감염자가 많은 편에 속하는 남아공 보건부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전날보다 14명 늘어 38명이 됐다고 발표했다. 아프리카 지역 확진자 대부분은 유럽에서 왔거나 유럽을 방문한 적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메룬 정부도 프랑스 파리를 거쳐 온 자국민 1명이 양성반응을 보여 확진자가 3명으로 늘었다고 전했다.
코로나19가 발병한 각 정부들은 대책 마련에 분주하지만 재정사정이 열악해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 중증 환자 치료에 필요한 산소호흡기와 같은 생명 보조장치도 구비하기가 쉽지 않다. 미 블룸버그 통신은 장기화하는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려면 아프리카 국가들이 말라리아와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대응에 쓰는 재원을 빼어 쓸 수밖에 없다며 우려 섞인 분석을 내놓았다. 두 질병으로 아프리카에서는 매년 수십 만명이 목숨을 잃고 있다.
한편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15일 긴급 내각회의를 소집했다. 이날 남아공은 전세기로 자국민 100명 이상을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 우한에서 데려왔다. 이들은 21일간 한 리조트에서 격리생활을 하게 된다. AFP통신은 남유럽과 가까운 모로코가 엄격한 국경 통제를 실시해 관광객이 항구와 공항 등에서 발이 묶이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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