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한 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인도네시아 내각에 비상이 걸렸다. 그가 확진 판정을 받기 전 대통령 및 십여 명의 장관을 접촉한 동선이 공개되면서 내각 내 추가 감염자 발생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조코 위도도(조코위) 대통령도 코로나19 검사를 받기로 했다.
15일 자카르타포스트에 따르면, 부디 카르야 수마디 인도네시아 교통부 장관은 전날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천식을 오래 앓고 있던 부디 장관은 며칠 전부터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아프다는 소문이 있었으나, 보건 당국은 코로나19와 상관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공교롭게도 그는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선원 69명이 귀국한 2일 행사에 참석한 뒤 대외 활동에 나서지 않았다. 선원들은 섬으로 이송된 뒤 검사를 받고 귀가 조치됐으나 이 중 1명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부디 장관이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선원들을 대피시키는 일에 적극 참여했다고 자카르타포스트는 전했다. 장관의 부재가 길어지자 교통부 대변인은 10일 기자들에게 “부디 장관이 티푸스 증상을 앓고 있고 집에서 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음날인 11일 부디 장관은 자카르타 대통령궁에서 열린 내각회의에 참석했다. 조코위 대통령이 직접 북부 수마트라 땅 분쟁 관련 회의를 주재했다. 이날 회의에는 몰도코 비서실장을 비롯해 국무부, 경제부, 재무부, 농림토지개발부, 환경산림부, 국영기업부 장관 등 10여명의 장관이 참석했다. 이후 부디 장관은 인도네시아를 방문 중인 네덜란드 장관을 만나기도 했다. 부디 장관은 4일 조코위 대통령이 주재하는 내각회의에도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밤 부디 장관의 코로나19 확진 판정 직후 프라티크노 국무부 장관은 “보건부 장관이 다른 장관들의 바이러스 감염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빠르게 행동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부디 장관은 안정된 상태에 있다”고 덧붙였으나, 감염 경로와 입원 시점에 대해선 함구했다.
다음날인 15일 조코위 대통령은 코로나19 검사를 받겠다고 발표했다. 부디 장관과 회의에 참석한 장관들은 모두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현재 인도네시아의 코로나19 확진 환자는 전날보다 21명 추가돼 117명으로 늘었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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