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세가 주춤하면서 주말 풍경에도 서서히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코로나19가 무섭게 확산하기 시작한 2~3주 전부터 시민들이 외출 및 나들이를 극도로 자제하면서 주요 도시의 거리와 공원은 텅텅 비었지만 15일 풍경은 달랐다. 야외 공원이나 관광지를 찾는 이들이 서서히 늘기 시작한 것이다. 때마침 전날 발생한 확진자 수가 23일만에 두 자리 수를 기록한 것과도 관계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바이러스 감염 우려가 큰 쇼핑몰이나 영화관 등 밀폐된 실내 공간의 경우 여전히 찾는 이가 없어 썰렁했다.
휴일인 1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몰. 발열 체크용 열화상카메라가 덩그러니 지키고 있는 출입문를 지나 내부에 들어서니 방문객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한산했다. 평상시 주말이면 가족 단위 방문객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몰 내 도서관은 벌써 수 주째 텅 비어 적막감마저 흘렀다. 도서관 관계자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가 크게 늘기 시작하면서 방문객 수도 급격히 줄었다고 한다. 지하 상가의 경우는 더 심각했다. 음식점과 옷 가게마다 고객 대신 직원들만 점포를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그에 비해 여의도 한강공원은 자전거를 타거나 산책을 나선 시민들이 부쩍 늘었다. 수 주간 비다시피 한 주차장이 빈자리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붐볐고, 휑하던 잔디밭에선 가족과 친구, 연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음식을 먹는 등 모처럼 주말다운 풍경이 펼쳐졌다. 미세먼지 없는 맑은 하늘 아래 자전거 동호회와 마라톤 동호회 회원들도 한강변을 달리며 이른 봄을 만끽했다.
나흘 연속 하루 확진자 수가 두 자리 수를 기록한 대구에서도 이날 수성못 주변으로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14일 마포구 홍대 앞 거리는 ‘화이트데이’를 맞아 쏟아져 나온 젊은 남녀들로 북새통을 이루기도 했다. 물론 아직 코로나19에 대한 경계심을 풀 때가 아닌 만큼 야외로 나온 이들 중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경우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노홍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통제관은 14일 “경북과 대구 지역이 다소 안정세를 보인다고 섣불리 판단하면 해이해지기 쉽지만 긴장의 끈을 놓을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왕태석 선임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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