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유럽 특별입국절차 확대에 “일정 기간 입국 금지를” 목소리
국내서도 지역ㆍ국소적 전파 지속… 전문가들 “장기전 대비 조치 필요”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환자 증가폭이 하루 100명 선 아래로 떨어지는 등 국내 확산 위험은 다소 둔화하는 양상이다. 그러나 유럽과 중동에서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바이러스 역유입 사례도 속출하고, 요양원ㆍ콜센터 등에서 원인 모를 소규모 집단감염도 이어지는 등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여전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장기전에 대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15일 보건당국과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최근 유럽에서 국내로 들어온 입국자들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 양성(확진) 판정이 속속 나오고 있다. 이날도 광주 동구에 거주하는 44세 여성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그는 2~12일 이탈리아ㆍ프랑스ㆍ영국을 여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탈리아 밀라노 유학 중에 지난 13일 귀국한 경기 고양시 거주 26세 남성도 이날 최종 확진됐다. 이에 앞서 프랑스에 다녀온 30대 여성과, 프랑스와 스페인 등지를 들렀던 33세 남성이 각각 귀국 후 확진 판정을 받았다. 20대 프랑스 여성과 30대 폴란드 남성도 국내로 입국한 뒤 확진되는 등 최근 유럽을 거친 내외국인들의 확진 사례가 빈번해지는 실정이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예방의학과 교수는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선언을 할 정도로 신종 코로나가 전 세계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어 앞으로 (유럽 등을 통한) 역유입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정부는 이날 0시부터 영국과 프랑스, 독일, 스페인, 네덜란드 등 유럽 5개국에 대해 특별입국절차를 적용했다. 중국 후베이성 이외 중국 지역 방문자(지난달 4일)를 시작으로 홍콩ㆍ마카오, 일본, 이탈리아ㆍ이란 순으로 늘려온 특별입국절차 대상국을 확대한 것이다. 이곳을 들른 입국자는 내ㆍ외국인 구별없이 건강상태질문서를 제출해야 하고 입국 전 발열ㆍ호흡기 검사도 받아야 한다. 입국 후엔 자가진단 어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매일 건강 상태를 보건당국에 알려야 한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오후 2시 기준 이날 특별입국절차를 거쳐 입국한 내ㆍ외국인 368명 중 47명이 유증상자로 확인됐다. 정부가 특별입국절차 대상을 더 많은 국가, 나아가 모든 입국자로 확대할 방침이지만 바이러스 역유입 우려를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간 입국 때는 무증상이었다가 추후 확진된 사례가 적지 않았고, 앱을 통한 건강상태 보고도 무증상이라고 답하면 확인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에서 1일 추가 확진자 수가 100명선 아래로 떨어지는 등 변곡점을 맞은 상황에서 유럽발 입국자를 통한 감염이 확산될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오종원 연세대 생명공학과 교수는 “유럽에게 입국금지 조치를 내린 미국처럼 신종 코로나 환자가 다수 발생한 국가에 대해선 일정 기간만이라도 입국금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상황도 안심하긴 이르다. 확진자 수 감소로 급한 불길은 잡았다지만 인구밀도가 높은 수도권에서 소규모 집단감염은 계속되고 있다. 관련 확진자가 120명을 훌쩍 넘긴 서울 구로구 콜센터를 놓고 보건당국은 “무증상 전파 가능성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10층 확진환자가 첫 사례로 유력하다”라며 “수도권을 중심으로 연결고리를 완벽히 규명해내지 못한 지역적ㆍ국소적 전파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세종=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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