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바이러스제ㆍ치료용 항체ㆍ약물 재창출ㆍ서브유닛 백신 등
백신ㆍ치료제 연구 동시다발 진행
[인포그래픽] 국내 기업들이 개발 중인 코로나19 약들. 그래픽=김문중 기자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을 선언하면서 백신과 치료제에 대한 갈망이 커지고 있다. 국내 제약업계와 과학계가 약 개발 계획을 앞다퉈 발표하면서 관심도 고조되는 분위기다. 이들이 내세운 다양한 신약개발 기술 중 어떤 게 상용화에 성공할 지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15일 업계와 관련 학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기업들과 과학자들이 발표한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계획은 대부분 신약개발 분야의 최첨단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개념과 원리는 각각 다르다. 다른 질병에서 이미 상용화한 기술도 있긴 하지만, 새롭게 코로나19에 응용하는 데 성공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른 약은 바이오기업 이뮨메드의 항바이러스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코로나19 치료 목적으로 사용 승인을 받고 서울대병원에서 실제 환자에게 투약했다. 이뮨메드에 따르면 이 약의 주성분인 ‘바이러스 억제 인자(VSF)’는 B형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찾아내 바이러스 증식과 염증 반응을 억제한다. 이 작용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실제 효능을 발휘할 지는 내달 나올 임상 보고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그룹이 6개월 뒤 임상시험 착수를 호언한 코로나19 약은 항체 치료제로, 바이러스 증식을 직접 막는 항바이러스제와 달리 체내 면역력을 높여 간접적으로 치료 효과를 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바이러스에 대항해 싸울 수 있는 면역 단백질인 항체를 주입하는 것이다. 병에 걸리면 인체는 여러 가지 항체를 만들어낸다. 이 중 바이러스를 무력화시키는 능력(중화능력)이 뛰어난 걸 얼마나 잘 찾아내느냐가 치료용 항체 개발 성공을 좌우한다. GC녹십자 역시 치료용 항체 후보물질을 찾고 있다.

항바이러스제나 항체 치료제를 코로나19용으로 새로 개발하는 데는 최소한 수년이 걸린다. 그래서 한국화학연구원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등은 기존 약 가운데 혹시 코로나19에도 효과가 있을지 훑어보는(스크리닝) 작업을 진행 중이다. 바이러스가 비슷한 생존 전략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바이러스 질환 약 성분이 코로나19에도 효과를 낼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호환 가능한’ 성분을 찾아내는 기술을 학계에선 ‘약물 재창출’이라고 부른다.

치료제와 달리 백신은 코로나19에 대한 면역력을 미리 길러두게 하는 예방약이다. 지금까지 백신은 대부분 바이러스 같은 병원체 자체를 독성을 약화시켜 만들었다. 약한 바이러스를 미리 몸에 주입해 면역체계가 기억하도록 한 것이다. 그런데 코로나19처럼 다뤄본 적 없는 신종 바이러스의 백신을 이렇게 만들기엔 안전성이 우려된다.

이에 GC녹십자는 코로나19 바이러스 표면에 나타나는 단백질 가운데 면역체계가 잘 기억하는 핵심 부위(서브유닛)만 활용해 백신을 개발하겠다고 나섰다. 바이오기업 제넥신과 바이넥스, 제넨바이오가 국제백신연구소(IVI), 한국과학기술원(KAIST), 포스텍과 손잡고 개발하기로 한 DNA 백신 역시 이와 유사한 원리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갖고 있는 단백질을 만들어내도록 변형한 DNA를 백신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런 DNA나 서브유닛이 백신을 통해 몸에 들어가면 면역체계는 이를 진짜 바이러스라고 착각해 대응 태세를 갖추게 된다. 치료용 항체를 백신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셀트리온은 치료용 항체가 통상 한달 가량은 일시적으로 예방 효과를 보일 수 있다는 기존 연구를 토대로, 코로나19의 치료용 항체를 찾으면 백신으로도 개발할 계획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처음 나온 바이러스다 보니 항바이러스제나 치료용 항체, 백신 등의 다양한 연구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기존 개발 과정을 얼마나 압축할 수 있느냐가 상용화의 관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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