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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경매 ‘스톱’...채권자와 채무자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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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경매 ‘스톱’...채권자와 채무자 속앓이

입력
2020.03.16 04:3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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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법원경매(채권자가 담보로 잡은 재산을 일반에 강제매각하는 절차)가 일시 중단됨에 따라, 채권ㆍ채무자의 손해가 커지는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5일 법원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법원행정처가 코로나로 인해 전국 법원에 휴정을 권고한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3일 사이 예정됐던 경매 5,780건 중 92%인 5,274건이 미뤄졌다. 휴정이 더 길어질 가능성도 있어 법원경매가 언제 본격 재개될 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특정 시간, 특정 장소에 수십 명이 모여야 하는 법원경매 특성상 일정 연기는 법원 입장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다. 다만 문제는 입찰이 계속 미뤄짐에 따라 돈을 받아야 하는 채권자도, 갚아야 하는 채무자도 손해를 피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우선 채권자는 계획했던 채권 회수 일정이 늦춰짐에 따라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회수되지 않은 채권은 ‘부채’로 잡히기 때문에 신용도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돈을 빌린 사람이 지방세, 국세, 건강보험료까지 수개월 간 내지 못한 사례도 많은데, 이 경우 채권자가 금융기관, 국민건강보험공단, 세무서, 지방자치단체 등으로 다양하다 보니 피해의 여파 또한 공적 영역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

채무자도 어려워지기는 마찬가지다. 입찰이 늦어지는 기간에도 연체이자가 계속 붙어 빚이 늘기 때문이다. 자칫 경매를 통해 물건을 팔고도 빚을 다 갚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멈췄던 법원경매가 다시 시작돼도 한동안 경매시장은 혼란에 빠질 전망이다. 묶여있던 물량이 한 번에 쏟아지면서 물건들이 제 값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경매에 나오는 물건 수가 늘면 선택의 폭은 넓어지는 반면, 경매입찰 참여자는 한정적이라 가격이 낮게 책정될 수 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법원경매에 전자입찰제를 도입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주체가 돼 실시하는 공매(공공기관이 주체가 되는 경매)의 경우 ‘온비드’라는 사이트를 통해 인터넷으로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이에 비해 법원경매는 반드시 법원이 지정한 기일에 현장에 출석해 손으로 입찰가격을 써내야 한다.

그러나 단순히 편의성만 보고 전자입찰을 도입하기는 어렵다는 게 법원행정처 입장이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법원경매는 모든 사람에게 공정한 매수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전자입찰만 인정한다면 정보 소외계층에는 사실상 입찰 제한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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