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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키운 트럼프, 유명무실 EU… 코로나 위기 속 글로벌 리더십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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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키운 트럼프, 유명무실 EU… 코로나 위기 속 글로벌 리더십이 없다

입력
2020.03.13 21:00
수정
2020.03.14 00:49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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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유럽發 입국 금지해 국제공조 어렵게 하고 위기 키워

加 총리 등은 감염 위험… 주요국, 증시 폭락 대응 카드 없어

도널드 트럼프(왼쪽부터) 미국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11일과 12일 잇따라 코로나19 대응 관련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ㆍ베를린ㆍ런던=로이터ㆍ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왼쪽부터) 미국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11일과 12일 잇따라 코로나19 대응 관련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ㆍ베를린ㆍ런던=로이터ㆍAP 연합뉴스

“세계 지도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심각성을 이야기하기 시작했지만 합창보다는 불협화음에 가깝다. 게다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주로 미국이 맡아온 지휘자의 자리는 비어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함께 국제 사회가 굳건한 리더십에 바탕한 공동대응 없이 각자도생을 모색하는 현 상황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렇게 진단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포문을 연 일방적이고 책임전가에 가까운 처방이 국제 공조를 어렵게 하면서 “글로벌 위기 속에 글로벌 리더십은 실종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장 ‘미국 우선주의’와 ‘고립주의’에 기반한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이 글로벌 공포와 위기를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많다. 그는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뜬금 없이 도쿄올림픽 1년 연기를 제안했다. 전날 갑작스런 유럽 봉쇄 조치로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들어놓고도 의회의 반대에 부닥친 급여세 면제 실행방안을 비롯해 전 세계가 주목하는 경기부양책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었다.

유럽 주요국 지도자들은 심각한 자국 내 코로나19 확산세 때문에 주변을 돌아볼 여유조차 없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세계보건기구(WHO)의 팬데믹 선언 직후 대국민 기자회견에 나섰지만 그간 완만한 증가세만 믿고 낙관론을 펴 왔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코로나19 치료 병원을 찾았다가 지난해 말 약속했던 수십억유로 규모의 공공의료 지원 약속을 지켜라는 의료진의 항의를 들어야 했다. 고립주의를 택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400억달러 규모 경제 지원책을 내놓았지만 의료 전문가들은 “위험한 잡동사니 모음”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구촌 전체는 물론 유럽 내 정책 조율도 거의 불가능한 상태다.

이탈리아와 이란에서 여러 정치 지도자들이 감염된 데 이어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등도 코로나19 위험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되면서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 트뤼도 총리는 12일 부인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자 본인도 14일간 자가격리에 들어갔고, 뒤이어 보우소나루 대통령도 1차 검진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는 브라질 현지 언론 보도가 나왔다.

2008년 금융위기 때는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이 중국ㆍ독일ㆍ프랑스ㆍ영국 등 주요국 정상들과 사전 조율을 거친 뒤 같은 해 11월 워싱턴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긴급 소집했다. 국제공조가 다급해지자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직후 출범시킨 G20 재무장관 회의를 정상급으로 격상시킨 것이다. 하지만 미중 무역전쟁이 가열된 이후 G20은 전혀 다르게 작동하고 있다는 평가다. 그나마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선 13일 미일 정상 간 통화가 있었지만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 방안보다 양측의 이해가 맞물린 도쿄올림픽 개최 관련 논의에 주력했을 뿐이다.

이번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선 2008년 금융위기와 달리 국제기구를 통한 협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주요국들이 이미 금리 인하와 양적완화로 유동성을 확대해왔기 때문에 추가로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다. 실제 유럽중앙은행(ECB)이 12일 유동성 확보 조치를 내놓으면서 가장 강력한 무기인 금리 인하를 언급하지 않자 유럽 주요국 증시는 곧바로 폭락했다.

크리스토퍼 스마트 베어링인베스트먼트 대표 겸 수석 글로벌 전략가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의 영웅은 폭락하는 투자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워싱턴에 모인 세계 주요국 지도자들이었다”면서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더 두려운 건 시장을 안정시킬 계획이 없음이 점차 분명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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