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 완치자>확진자 첫 역전… 외국환자 유입·집단감염 불씨 여전
국내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일일 완치 환자 수가 신규 확진환자 수를 처음 넘어섰다는 건 세계보건기구(WHO)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선언으로 먹구름이 짙게 깔린 가운데 그나마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이를 신종 코로나가 둔화 국면으로 접어든 징후로 해석하는 건 섣부르다는 평가가 많다. 무엇보다 우려했던 외국으로부터의 환자 유입이 벌어지고 있으며, 정부세종청사와 서울 구로구 콜센터 등에서 벌어진 집단감염의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어서다.
13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12일 하루 동안 신종 코로나 완치자가 177명 나와 같은 날 신규 확진자 110명을 넘어섰다.
완치자 증가는 예견된 일이다. 신천지 여파로 대구ㆍ경북 지역에서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시점이 지난달 20일경. 그로부터 평균 치료 기간인 3주가 지난 시점인 이맘때부터 완치자가 늘 것으로 진작 예상됐었다. 실제 대구에서 완치자가 11일 38명, 12일 99명, 13일 50명으로 꾸준히 나오고 있다.
반면 한 때 909명(2월 29일)까지 치솟았던 하루 신규 확진환자 수는 전날(114명)에 이어 이틀째 100명대에 머물렀다. 2월21일(74명) 이후 최저치다. 하지만 이런 수치를 ‘신종 코로나가 정점을 찍고 하향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증거로 보기 어렵다는 게 당국과 민간 전문가들의 일치된 생각이다. 그보다 신천지 대구교회 집단감염이라는 ‘통계적 이상치’의 착시 효과가 걷히며 지역사회 감염국가의 일반 경로로 복귀한 상황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정은경 중대본 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신천지 집단유행이 정리가 되는 패턴일 뿐, (환자 증가세가)둔화 됐다고 얘기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역시 “신천지 때문에 많이 왜곡돼 있던 신규 확진자 수가 이제 어느 정도 안정되며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구로구 콜센터나, 정부세종청사 사례처럼 집단감염이 여기저기서 일어나고 잠잠해지는 일이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큰 불은 어느 정도 잡혔지만 여기저기 잔불이 일고 외국에서 불똥마저 튀는 것이 현 상황이라는 게 전문가 진단이다. 특히 유럽 등에서 신종 코로나가 무섭게 번지며 외국인 감염자의 국내 유입이 우려된다. 실제 지난 9일 입국해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머물던 프랑스 20대 여성이 이날 확진 됐다. 감염 경로는 확인 전이나 이 여성 아버지가 프랑스 현지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점에 비춰 잠복기나 경증일 때 입국했을 개연성이 있다. 지난 9일 입국한 30대 폴란드 남성도 12일 신종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정은경 본부장은 “최근 해외 유입 사례가 조금씩 늘고 있어 해외유입 차단 노력이 굉장히 중요한 상황”이라며 경각심을 드러냈다. 전병율 차의학전문대학원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G2(미국ㆍ중국)는 해외 유입을 막기 위해 외국인 입국금지 등 강경 대응을 하고 중국은 성과를 냈는데 우리 정부의 대처가 약하다”고 지적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구로 콜센터 사태는 큰불을 잡아간다. 대구 신천지처럼 되진 않는다”고 말했지만 예상치 못한 집단감염이 언제 다시 큰불을 일으킬지 모를 일이다. 구로 콜센터 관련 확진자가 전국적으로 110명대에 달했고, 콜센터 건물 내 공조시스템 혹은 엘리베이터나 통로를 통해 집단감염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아서다. 이날 오전 기준 콜센터 관련 2차 감염만 27건에 이를 정도다. 더구나 이날 서울 관악구 모 IT기업 사무실(라피스 빌딩 8층)에선 직원 20명 중 6명이 신종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아 또 다른 수도권 집단감염 발발의 징후가 포착됐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당국은 요양병원, 요양원, 대형병원 등의 병원 감염과 함께 콜센터와 같은 사각지대 방역에 힘써야 하고, 개인들도 사회적 거리 두기에 동참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주말에 안이해질 수 있는데, 당분간 개인위생수칙과 사회적 거리두기에 조금 더 힘 써달라”고 당부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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