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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민생 무너지는 코로나, 뭘 할 것인가?

입력
2020.03.16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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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12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박 시장은 최근 중위소득 이하 전 가구에 가구당 60만원을 지급하는 재난기본소득 구상을 밝혔다. 뉴스1
박원순 서울시장이 12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박 시장은 최근 중위소득 이하 전 가구에 가구당 60만원을 지급하는 재난기본소득 구상을 밝혔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지축을 흔들고 있다. 한낱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디작은 바이러스로 인해 불안감과 공포 속에 대한민국은 멈추었고 마침내 일상도 멈추었다. 가장 심각한 위기는 감염으로 인한 생명에 대한 위험이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생활인인 우리에게 생계의 위기, 일자리의 위기, 돌봄의 위기, 관계의 위기 등 총체적인 삶의 위기가 자리하고 있다. 물론 그 위기감이 다 똑같지는 않다. 우리사회의 심각한 불평등의 구조가 코로나사태로 인한 고통조차 불평등하게 각자의 삶 안에 내리 꽂히고 있다.

급기야 중앙정부는 11조원에 달하는 추경카드를 꺼내 들었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인들에 대한 지원 및 저소득층ㆍ노인ㆍ아동 등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여 민생을 안정시키며 고용시장의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그러나 4ㆍ15 총선을 눈앞에 둔 정치권의 사생결단 식 대립구도에서 과연 국회를 언제 통과하고 그 통과된 결과물은 어떤 해괴한 모양새가 되어있을지... 국민은 실망할 준비를 해야 할 판이다.

시민사회와 정치권 일각에서 ‘재난기본소득’을 화두로 삼으면서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정책수단의 지평을 한껏 넓히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이것을 기본소득이라고 칭할 수 있는가, 그리고 무려 51조원의 재원을 이 긴급한 상황에서 동원할 수 있는가는 굳이 논하고 싶지 않다. 그만큼 민생의 절박성과 정부 책임성의 크기를 가늠케 하는 제안이라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적지 않다.

현실로 돌아오면 시기의 즉각성과 대상의 적합성, 지원의 효과성, 재원의 감내 가능성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즉시성과 효과성 측면에서는 현금지원이 기본이 되어야 하며, 대상은 기존 복지제도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비전형 근로자를 포괄해야 하며, 재원의 조달가능성을 위해선 제한적 보편성을 견지해야 할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현재 중앙정부의 추경안은 직접적 현금지원에 대한 경제관료들의 거부감과 전통적 취약계층 중심의 잔여적 복지에 대한 관성적 사고가 그대로 묻어 있다.

이런 점에서 서울시정을 통해 체득한 정책집행 경험을 바탕으로 제시한 박원순 시장의 ‘재난긴급지원제도’의 건의안이 실제 선택 가능한 정책수단의 범위 안에 들어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중위소득 이하의 약 1,000만가구를 대상으로 하되, 비정규직 근로자, 아르바이트생, 영세자영업자, 프리랜서 등은 포함하고 기존의 기초생활보장제도나 실업급여의 수급자는 배제하여 60만원의 긴급생계지원비를 지역상품권으로 지급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약 5조원의 소요예산을 감당치 못할 대한민국은 아니다.

당장은 바이러스와의 전쟁이 중요했지만 한 달 이상 멈춰 서는 일상 속에서 시민 각자가 일상에서 고독하게 벌이고 있는 생계와의 전쟁도 못지않게 치열하다. 시간이 지나 코로나사태의 광풍이 지나가고 난 뒤, 건강은 지켰으나 삶은 처절히 무너진 민초들은 준엄하게 물을 것이다. 우리의 삶을 지켜준 진정성 있는 정치인은 누구였냐고. 그 어느 때보다도 정치인에게 결단과 실행이 요구되는 때이다.

이태수 꽃동네대 교수ㆍ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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