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신천지예수교 서울법인 취소 절차 돌입
신천지교회 창립 36주년을 하루 앞둔 1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진원지인 대구 남구 대명동 신천지 대구교회 일대는 긴장감이 팽팽했다. 대구시 당국이 예의주시하는 가운데 주변 시민들은 발길을 끊어 적막감마저 감돌았다.
이날 신천지 대구교회 정문에는 24일까지 건물 출입 폐쇄를 연장한다는 노란색 행정명령서가 붙어 있었다. 건물 주차장 입구는 승합차로 막혀 있었고, 전도 활동에 쓰여졌던 트럭도 한동안 도로를 누빈 흔적 없이 주차돼 있었다. 행인들은 교회 앞을 통과할 땐 불안한 마음에 발걸음을 재촉했다.
교회 주변 신천지 집단시설로 분류된 대명복개로, 대명복개로4길 등 주택가 이면도로의 원룸과 연립주택 7곳도 마찬가지였다. 교회 뒤로 걷다보니 도배 장판을 하는 방수가게와 원룸 빌딩 1층의 공인중개사 사무실에도 대구시재난안전대책본부장 명의의 건물 폐쇄명령서와 공문, 집회 제한 고시 안내문이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부동산 중개업소를 통해 신천지 신자들이 대거 집단주거지를 마련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지금은 건물 어디서도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상점과 식당, 마트 곳곳에 ‘신종 코로나로 인해 당분간 휴업합니다’라는 안내문이 나붙은 이곳 거리에는 흰 연기를 내뿜는 방역 오토바이 소리만 요란했다. 주민들은 노란색 안내문만 보면 건물 폐쇄명령서로 오인한다고 했다.
주민들은 온통 예민해져 있었다. 신천지 창립기념일을 코앞에 두고 신천지 신자 5,647명이 자가격리에서 해제됐다는 소식에 경계심은 더욱 강해진 듯 했다. 한 마트 주인은 음료수를 주문하기 위해 잠시 마스크를 푼 기자에게 핀잔을 줬다. 그는 “주변에 워낙 신천지 신자들이 많이 살고 있어 불안하다”며 “창립기념일인 내일 어디선가 꼭 모임을 할 것만 같다”고 불안해했다.
인근 카페 주인은 “지난달부터 이 일대 상권은 초토화됐다”며 “평소 카페를 찾던 손님들이 신천지 신자였다고 생각하니 등골이 오싹하다”고 말했다.
신천지 신자 46명이 확진판정을 받은 달서구 성당동 한마음아파트는 코호트 격리가 해제됐는데도 정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군부대 방역차가 건물 내부를 방역하는 모습도 보였다.
아파트 길 건너 성당시장에서 노점상을 하는 권모(72)씨는 “하루에도 방역차가 수차례 왔다 가고 음성에서 양성으로 판정이 바뀐 환자도 있다니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시는 12일 신천지 대구교회와 다대오지파장 등 간부 사택 4곳에 대한 행정조사를 통해 컴퓨터와 노트북, 교적부, 재정회계 장부 등 총 41종 187점을 가져와 분석작업을 하고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신천지 측이 창립일 행사를 취소한다고 밝혔으나 이를 어기고 모임을 하면 행정력을 동원해 엄벌하겠다”고 경고했다.
서울시는 이날 신천지예수교 서울법인 취소 절차에 돌입했다. 시는 시청별관에서 청문회를 열고 입장을 들을 예정이었으나 신천지 측은 불참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 집단 확산의 근거지로 지목되는 신천치가 신자 명단을 허위로 제출하고 전수조사를 방해하며 위장시설에서 모임을 계속하는 등 감염병 예방과 조사에 비협조적이었다”며 “이달 내 법인 취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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