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배급사 네온의 톰 퀸 대표는 영화 ‘기생충’이 낳은 스타 중 한 명이다. 2017년 네온을 설립한 지 3년 만에 ‘기생충’으로 올해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4관왕이라는 성과를 냈다. 봉준호 감독과의 오랜 인연을 바탕으로 시나리오 단계 때 ‘기생충’을 점 찍은 감별력이 놀랍다. 퀸 대표는 할리우드 메이저 배급사와 달리 우수 외화나 다큐멘터리, 저예산 영화 등으로 틈새시장을 노리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퀸 대표가 지난해 배급한 영화 중 하나가 다큐멘터리 ‘아폴로 11’이다.
□ ‘아폴로 11’은 닐 암스트롱(1930~2012)이 1969년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지 50년이 되는 해를 맞아 제작됐다. ‘아폴로 11’에는 다큐멘터리라면 흔히 포함되는 인터뷰나 내레이션이 아예 없다. 달 착륙을 좀 더 정교하게 설명하기 위해 추가로 촬영한 화면도 없고, 컴퓨터 그래픽(CG)을 동원하지도 않는다. 당시 촬영된 수백 시간 분량의 영상과 1만1,000시간 분량 음성만을 활용해 제작했다. 극장에서만 1,200만달러를 벌었고, 미국 독립영화계 주요 상 중 하나인 인디펜던트 스피릿상 시상식에서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받았다.
□ ‘아폴로 11’ 속 화면 대부분은 컬러다. 아폴로 11호의 달 탐사 과정을 흑백으로 기억하는 중장년층에게는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안긴다. 암스트롱이 달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텍사스 휴스턴 관제센터 모습이 특히 흥미롭다. 미항공우주국(NASA) 직원 대부분 얼굴에는 여전히 긴장이 서려 있다. 그들은 아폴로 11호 승무원들의 무사귀환이 확실시 됐을 때 비로소 박수치고 환호하며 호기롭게 담배를 나눠 핀다. 지구로부터 39만㎞ 떨어진 곳으로 인간을 보내고 귀환시키기까지 과학의 힘이 절대적이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 달 탐사 계획은 1961년 존 F. 케네디(1917~1963) 대통령 때 입안됐다. 소련과의 우주 경쟁에서 앞서가려는 야심이 담긴 계획이었다. 달 착륙 후 리처드 닉슨(1913~1994) 대통령이 암스트롱과 통화한다. 달 탐사라는 국가적 프로젝트 앞에 당파는 없었던 셈이다. “1960년대가 지나기 전에 누구보다 먼저 (달 탐사를) 제대로 해내려면 우린 용감해져야 한다.” 케네디 대통령이 미 의회 연설에서 달 탐사 계획을 발표할 때 한 마지막 말이다. 당파 초월, 과학에 대한 믿음, 그리고 용기. 지금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들 아닐까.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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