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로 막혔던 한국 기업 임직원들의 베트남 입국이 13일 전격 허용됐다. 베트남 정부가 국가 공인 건강확인서 발급을 전제로 베트남 내 자체 격리 요건을 충족할 경우에 한해 입국을 허용키로 한 것이다. 이날 삼성디스플레이 엔지니어 186명이 입국했으며, 다른 한국 기업들의 임직원 입국도 이어질 전망이다.
베트남 주재 한국대사관과 삼성전자 등 현지 기업들에 따르면 최근 베트남 상용비자를 발급 받은 삼성디스플레이 엔지니어 186명은 이날 오후 아시아나항공 전세기 편으로 베트남 북부 꽝닌성 번돈공항에 도착했다. 베트남 현지에서 코로나19 지역감염이 발생하는 등 상황이 악화하고 있지만, 베트남 정부가 자국 수출량의 20% 이상을 담당하는 삼성 측의 경영상 어려움을 간과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만 베트남 내 비판여론을 의식해 삼성 측이 원하는 공간에서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하되 공안의 관리ㆍ감독을 받는 사실상의 ‘준격리’ 상태를 유지하는 것으로 입국을 허용했다.
실제로 삼성 측은 입국 즉시 엔지니어들을 박닌성에 마련한 격리 숙소로 이동시킨 뒤 외부와의 접촉을 철저히 차단했다. 엔지니어들은 공장 내에서도 일반 직원들과 분리된 채 플렉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모듈 생산라인 개조작업을 진행한다.
삼성 측이 활로를 뚫은 만큼 향후 준격리 방식을 전제한 다른 한국 기업인들의 입국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박노완 주베트남대사는 “LG디스플레이 직원들의 입국도 현재 협의 중이며 대기업 외 중소기업의 입국 수요도 계속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업 임직원들의 베트남 입국이 가능해지면서 현지 체류 중인 한국인들의 귀국길도 열렸다. 아시아나항공은 오는 18일부터 한시적으로 주 6회 호찌민행 심야 항공편을 운행하기로 했다. 다만 한국 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여전한 만큼 빈 비행기로 베트남에 도착해 승객만 태워오는 ‘페리운항’ 형태가 될 예정이다.
앞서 베트남 정부는 오는 6월까지 원칙적으로 한국발 항공편의 호찌민공항 이용을 금지했지만, 한국 정부가 파견한 신속대응팀과의 조율을 통해 한시적 출국을 허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노이=정재호 특파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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