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미군이 우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가져온 것일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놨다. 중국 일각에서 코로나19 발원지가 중국이 아닐 수도 있다는 주장이 연거푸 나오는 가운데, 미국에 책임을 떠넘기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자오 대변인은 12일 밤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에서 “로버트 레드필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이 11일(현지시간) 미 하원에 출석해 독감 증세를 보였던 사람이 사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면서 “CDC가 (일이 벌어지는) 현장에서 잡힌 격”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미국의 첫 환자는 언제 발생했나? 감염된 사람은 몇 명인가? 병원 이름은 무엇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하며 “미군이 감염병을 우한에 옮긴 것일 수도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이어 “자료를 공개하라! 미국은 우리에게 설명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자오 대변인은 미군이 우한에 바이러스를 퍼뜨렸을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아무런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앞서 코로나19가 지난해 10월 중국 우한에서 열린 세계 군인체육대회와 연관이 있다는 소문이 돌았었지만, 우한 병원 당국은 이를 부인하고 당시 치료받은 외국인들은 코로나19가 아닌 말라리아에 걸렸었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 외교부의 또 다른 대변인인 화춘잉(華春瑩)도 전날 트위터에서 “미국에서 독감으로 진단받았던 일부 사례는 실제로는 코로나19였다”면서 “이 병을 ‘중국 코로나바이러스’라고 부르는 것은 전적으로 틀렸으며 부적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의 ‘코로나19 발원 책임 떠넘기기’는 중국의 최고 호흡기 질병 권위자로 알려진 ‘사스 영웅’ 중난산(鐘南山) 중국공정원 원사가 지난달 27일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가 중국에서 가장 먼저 출현했지만, 꼭 중국에서 발원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한 발언에서부터 시작됐다. 이후 글로벌타임스 등 중국 관영 언론은 중 원사의 주장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기 시작, 독감 환자가 대거 발생한 미국이 발원지일 수도 있다는 식의 논조도 펴기 시작했다.
이에 미국 정부는 ‘코로나19 발원지는 명백히 중국 후베이성 우한’이라며 맞대응에 나서고 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1일(현지시간) 미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 행사에 참석해 “(코로나19는)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유래됐다”면서 ‘미국 유래설’을 일축했다. 그는 이어 “안타깝게도 최선 조처를 하는 대신 우한의 발병 사태는 은폐됐다”며 “국제 사회가 대응에 나서는 데 두 달 정도가 소요됐다”면서 중국 보건 당국에 책임을 물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날 트위터에서 코로나19를 ‘차이나 바이러스’라고 지칭한 게시물을 리트윗하면서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장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미 블룸버그통신은 “미국과 중국이 군사와 무역 경쟁에 이어 바이러스의 명칭을 놓고 대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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