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변수'로 공천 진흙탕 싸움 됐다는 비판도
순항하던 미래통합당 공천이 막바지에 파열음을 내고 있다. 황교안 대표를 비롯한 통합당 지도부가 12일 인천 연수을 등 6곳의 지역구 공천 결과가 “불공정하다”며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에 재심을 요구하면서다. 공관위는 이 가운데 2곳에 대해서만 최고위의 요구를 수용했다. 나머지 4곳의 공천은 기존 결정을 확정함에 따라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게 됐다.
그간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에게 전권을 부여했던 황 대표는 이날 일부 공천 결과에 대해 공개적으로 제동을 걸었다. 그는 최고위원회의에서“공관위가 노력과 수고를 했으나 일부 불공정 사례가 지적되고 내부 반발도 적지 않다”며“총선 압승을 위해 일부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고 말했다.
이후 비공개회의를 거쳐 최고위는 △서울 강남을(최홍) △부산 부산진갑(서병수) △대구 달서갑(이두아) △인천 연수을(민현주) △경남 거제(서일준) △부산 북강서을(김원성) 등 6곳에 대해 재의를 요구했다. 모두 공관위가 경선 없이 단수로 후보를 확정한 곳이다. 최고위는 “부산 북강서을 후보자는 재논의가 필요하고, 나머지 5곳에선 경선을 실시해야 한다”는 부대 의견을 달아 공관위에 보냈다. 이를 넘겨 받은 공관위는 이날 오후 재심 끝에 인천 연수을과 대구 달서갑에서 경선을 실시하기로 했다. 연수을에서는 단수공천을 받았던 민현주 전 의원과 현역인 민경욱 의원이, 달서갑에서는 역시 단수공천을 받았던 이두아 전 의원과 홍석준 전 대구시 경제국장이 경선을 치르게 됐다.
공관위가 최고위 요구를 전면 거부하진 않았지만 ‘사천 논란’이 불거진 지역의 공천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공관위가 원안을 유지하기로 한 서울 강남을은 김형오 위원장의 측근인 최홍 전 ING자산운용 대표가 낙점된 곳이다. 20대 총선에서 김 위원장이 내리 5선을 한 부산 중ㆍ영도 예비후보로 뛰었던 최 전 대표가 통합당의 텃밭인 강남을에 공천되자 ‘김형오 사천’이라는 반발이 당 내부에서도 터져 나왔다. 부산진갑에 전략공천 된 서병수 전 부산시장도 김 위원장과의 친분이 공천 결과에 반영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언주 의원이 중심이 된 미래를향한전진4.0 출신으로 부산 북강서을에 단수공천 된 김원성 최고위원의 경우, 경쟁력 논란에도 불구하고 공관위가 기존 공천 방침을 고수했다. 원내수석부대표인 김한표 의원이 컷오프된 경남 거제에 대해서도 심재철 원내대표가 문제제기를 했지만, 서일준 거제시 경제부시장 공천이 그대로 확정됐다.
통합당 공천이 이른바 ‘김종인 변수’로 진흙탕 싸움이 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형오 위원장에게 전권을 부여했다던 황 대표가 이날 공관위에 제동을 건 데는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 영향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황 대표는 ‘선거의 달인’으로 불리는 김 전 대표를 총선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하기 위해 한 달 가까이 공을 들였지만 12일에도 확답을 받지 못했다. 김 전 대표가 선대위원장 수락을 조건으로 서울 강남을 비롯한 일부 공천 결과를 되돌릴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총선을 30여일 남긴 시점에서 조속히 선대위를 출범해야 하는 황 대표 입장에서는 김 전 대표 요구에 어느 정도 화답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실제 이날 비공개 최고위에서 태영호(서울 강남갑)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와 최홍(강남을) 전 대표의 공천을 놓고 재의를 요구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특히 황 대표는 최 전 대표를 찍어 거부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그러나 강남갑은 명단에서 빠졌고 강남을은 공관위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때문에 김 전 대표가 선대위원장직을 고사할 가능성도 상당하다.
김 전 대표가 이날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태 전 공사의 공천에 대해 “국가적 망신”이라고 말한 것을 놓고도 잡음이 커지고 있다. 태 전 공사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통합당 선대위원장으로 거론되는 분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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