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대위원장이 시정의 기회가 있다고 하니까, 최선을 다하겠다.”
김재경 미래통합당 의원은 12일 4ㆍ15 총선 공천관리위와 면담한 뒤 이렇게 말했다. 김 의원은 공관위의 컷오프(공천배제) 결정에 반발해 재심을 청구했다. 그가 지칭한 ‘선대위원장’은 김종인 전 더불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다. 황교안 통합당 대표는 ‘선거의 달인’으로 불리는 김 전 대표를 총선 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김 의원의 발언 맥락을 보면, 김 전 대표가 선대위원장에 취임하기도 전에 전에 공천판의 ‘보이지 않는 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정황이 뚜렷하다.
12일 오후까지 김 전 대표는 선대위원장직을 정식으로 수락하지 않았다. 일부 지역구 공천 번복을 둘러싼 김 전 대표와 통합당의 ‘조율’이 끝나지 않은 탓이다. 김 전 대표가 서울 강남을 비롯한 일부 공천 결과를 되돌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설이 파다하다. 실제로 김 전 대표는 이날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태 전 공사 공천을 지적하며 “국가적 망신”이라고 했다. 이날 오전 통합당 최고위에서 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대사관 공사(서울 강남갑)와 최홍 전 ING자산운용 대표(서울 강남을) 공천 재의를 요청해야 한단 이야기가 나왔지만, 서울 강남갑은 재의 목록에서 빠졌고 공관위는 강남을 재의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김 전 대표의 수락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김 전 대표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한 당내 시선은 그다지 곱지는 않다. 선대위원장직 수락에 ‘조건’을 내건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시각이 있다. 김 전 대표가 문제 삼은 일부 지역 공천이 국민 눈높이와 크게 동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2012년엔 박근혜 전 대통령 당선에 기여하고, 2017년엔 문재인 대통령을 만든 김 전 대표의 이력 자체를 떨떠름해 하는 분위기도 없지 않다.
김 전 대표가 목소리를 크게 내는 건 통합당에 인물이 없다는 방증이기도 하다.통합당 핵심 관계자는 “선대위원장으로 모실 사람이 워낙 없다”며 “김 전 대표를 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하려는 황교안 대표의 의중엔 변화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통합당은 다음 주 중 ‘김종인 선대위’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한편 태 전 공사는 입장문을 내어 “무슨 이유로 강남 유권자를 혼란스럽게 하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정치 원로로서의 품격을 잃지 말길 바란다”고 김 전 대표의 비판을 받아쳤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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