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독자권익위원회 위원들이 지난달 12일 서울 남대문로 한국일보 본사 18층 대회의실에서 본보 기사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신성현 위원, 이민규 위원장, 우재욱 황동일 김혜원 이은기 위원. 홍인기 기자

한국일보 독자권익위원회가 지난달 12일 본사 18층 대회의실에서 2월 회의를 열고, 최근 보도된 지면과 온라인 기사에 대해 논의했다.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장인 이민규 위원장과 김혜원(민음사 편집부장) 신성현(한국리서치 여론조사본부 수석부장) 우재욱(변호사) 이은기(연세대 사회학과) 황동일(여시재 기획위원) 위원, 이충재 수석논설위원, 한창만 지식콘텐츠부장, 조철환 뉴스3부문장 등이 참석했다. 조희정(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전임연구원) 최광범(한국언론진흥재단 신문과방송 편집장) 위원은 서면으로 평가의견을 보내왔다.

이민규

한국기자협회보에 실린 2019년 ‘이달의 기자상’ 수상 현황을 분석했다. 한국일보가 신문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축하한다. 한국일보는 국제, 경제, 취재, 기획 등 여러 분야에 걸쳐서 골고루 수상했다. 한국일보의 저력이 나타난다. 2020년도에도 많은 특종을 하길 바란다.

김혜원

문화 쪽에서는 ‘기생충’ 아카데미 4관왕이 가장 큰 이슈였다. 2월8일자 12면 [‘기생충’ 아카데미상 도전]은 영화 전문기자가 복수의 수상을 예상하고 경쟁작을 분석하는 등 상당히 잘 다뤘다. 수상한 뒤에도 모든 언론이 1면을 봉준호 감독 사진으로 장식했는데 한국일보의 1면(제목ㆍ주인공은? 기생충!!!)이 주목도가 있었다. 봉 감독 대형 사진을 세로로 사용하고 사진 위에 글을 올린 편집이었다. 다른 신문들은 가로사진을 썼다. 그래서 시선을 더 끌었다. 3면에서 각본상, 국제영화상, 감독상, 작품상의 수상 순간을 각각 보여주는 편집도 좋았다. 4면부터는 오스카 캠페인의 이모저모도 보여줬다. 영화전문기자가 현장에서 소식을 전했다. 상세하게 소개가 되었다. 만족스럽다.

출판계에서는 이상문학상 수상작 계약조건(저작권 3년 양도)과 관련해 불미스러운 이슈가 있었다. 한소범 기자가 이 파문을 네 차례에 걸쳐 꼼꼼하게 다뤘다. 생각해보아야 할 면면들을 제대로 그려냈다. [적대사회, 신음하는 지구촌 2부]도 시의적절했다. 트럼프 중심으로 전 세계적으로 민족주의가 부활하는 상황이다. 우려를 전하고 각국의 정치인으로부터 해결책을 듣는 형식이었다. 이런 기획기사가 있어서 반가웠다.

신성현

설 연휴가 끝난, 1월28일부터 본격적으로 코로나바이러스를 다뤘다. 한국일보 지면을 차지하는 양이 대폭 늘었다. 1월28일자는 1면(공포 확산)부터 2면 ‘감염 불안’, 3면은 ‘공포 영화’라고 표기했다. 확산이 되고는 있지만 과연 제목이 적합한지 의문이 들었다. 다른 표현도 많을 텐데 (공포와 불안을 조장한다는 측면에서) 적정한 수준인지 묻게 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의 국면에서 내린 판단이겠지만, 한 번 더 검토를 했어야 했다.

1월16일자 2면부터 [진중권의 트루스 오디세이] 매주 목요일마다 연재된다. 제목 자체가 트루스 오디세이다. 진실을 향한 항해다. 진보 논객이 진보 진영을 비판하는 글을 정기적으로 지면에 싣는다는 것이 한국일보로서는 쉽지 않은 판단이었을 것 같다. 쉽지 않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선택이라 생각한다.

1월16일자 3면에 [여야 총선 1호 공약]이 실렸다. 총선을 맞이하여 계속해서 각 정당들이 총선 공약을 발표할 것이다. 그 공약이 정말 현실성이 있는지 자세히 다뤘으면 좋겠다. 기사에서는 민주당과 한국당의 1호 공약에 대한 실효성, 구체성, 문제점, 실현 가능성 등을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도 정당의 총선 공약 관련 지속적인 보도가 필요하다. 1월24일자 1면 [격식도 음식도 줄였다… 단출해진 명문종가의 설], 2면 [2020 설 풍경] 기사는 우리나라 대표 종갓집의 설 문화도 시대의 변화에 맞추어 변하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제사의 간소화, 전통한옥체험 사업 등을 다루며, 설을 맞아 시기 적절한 기사였다.

우재욱

1월17일자부터 연재를 시작한 콜드케이스의 1회 기사를 재미있게 봤다. 독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그래서 독자들이 바로 기사에 몰입하게 한 점이 좋았다. 오렌지색 큰 글씨는 사진에 나오는 유력 용의자의 오렌지색 죄수복과도 잘 어울렸다. 우연의 일치겠지만 기사 하단의 광고 카피도 오렌지색이어서 조화를 이룬 것 같다. 1월17일자 22면 [다시 본다 고전: 아무 곳이나 펼쳐도 명언… 500년 전 글이지만 통통 튀는 문장은 여전히 유효]는 몽테뉴 수상록을 소개한 기사다. 고전이란 게 누구나 대개 이름은 알지만 실제 읽지는 않은 경우가 많은데, 그런 고전들을 읽어보고 싶게 하는 글이다.

1월20일자 30면 김지은 논설위원 [메아리: 젠더폭력 사회와 그 동조자들]의 칼럼도 눈에 띈다. 한국일보에 여성 논설위원이 없었던 것 같지는 않다. 언뜻 생각해 봐도 사장까지 하신 장명수 위원이 있었다. 제가 독자권익위원이 되어 한국일보를 읽기 시작한 이후, 처음 접하는 여성 논설위원 칼럼이었다. 눈길이 갔다. 여성 논설위원이 왜 필요한지를 잘 보여주는 글이다. 남녀 공히 인식하고 느껴야 할 부분인데, 남성들은 그게 문제인지 잘 느끼지 못한다. 여성의 눈에만 보이는 사안을 잘 짚어 줬다.

이은기

인간과 기후, 환경, 동물 등 비인간과의 관계에 대한 고민을 다룬 기사가 눈에 띄었다. 1월18일자 12면 [동그람이: 인간과 동물, 다름이 아닌 ‘다르지 않음’ 가르쳐야] 기사는 산천어축제 등 동물 축제나 동물원을 이야기하면서,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인간의 즐거움을 위해 동물의 고통을 소비하는 문제를 언급했다. 2월10일자 15면 [이외수, 산천어축제 비판한 조명래에 “군민 상처에 소금 뿌려”]에서는 이외수 작가의 반박 글을 싣기도 했다. 이 문제가 첨예하게 논의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1월20일자 8면 [가톨릭 사상 첫 ‘두 교황’ 공존 “진보냐 보수냐는 세속적 구분일 뿐”] 기사는 다른 영화 소개와 구분이 됐다. 영화와 관련된 사람들, 내부에서 밀접하게 활동하거나 일하는 신부와 수녀들의 평을 담았다.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한 극영화다. 실존 인물에 대한 입장, 관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흥미로웠다. 1월22일자 21면 [“멤버 퇴출하라” “새 그룹 결성하라” 목소리 커진 아이돌 팬덤] 기사를 통해서는 팬덤의 영향력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아이돌 산업 규모가 크고 팬덤이 하나의 ‘문화’로 분명하게 존재한다. 기사에서 ‘가수를 대신해 목소리를 높이고 부당한 구조에 맞서는’ 팬덤의 모습과 아이돌을 ‘대상’으로 끊임없이 소비하고 갑질을 행사하는 팬덤의 모습을 동시에 다뤘다. 지금 팬덤의 양상을 잘 짚고 있다.

황동일

2월11일자 28면 [김호기의 굿모닝 2020s: <8> 위험사회] 연재가 눈에 띄었다. 일간지는 매일매일 하루 단위로 끊어서 콘텐츠를 생산하고 서비스한다. 그래서 특정 의제나 이슈에 대한 호흡이 짧고 좁을 수밖에 없다. 현실적인 제약이 있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폭넓게 조망하는 김호기 교수의 기획연재는 특별성과 존재감이 작지 않다. 그 동안 한국일보가 유장한 호흡의 기획을 여러 번 다룬 적이 있다. 이 연재도 그런 힘이 있다. 관심 있게 보는 기획물이다. 앞으로도 40회를 연재하는 동안 그 주, 그 달의 시의적절한 의제와 긴 호흡의 통찰이 잘 버무려지길 기대한다.

2월10일자 29면 [왕태석의 빛으로 쓴 편지: 불황의 터널… 희망의 빛이여 오라!] 연재물도 사진과 글의 완성도가 상당히 높다. 보는 맛, 읽는 맛이 쏠쏠한 코너라고 생각한다. 다만 지면 편집을 보면, 사진이 너무 작게 들어갔다. 그마저도 세로로 잘려 있다. 사진 맛을 충분히 느낄 수 없어 아쉬웠다.

조희정(서면)

지난 한 달간 우리 사회의 큰 이슈는 코로나바이러스와 총선이었다. 두 가지 주제에 대한 접근이 바람직한가를 중심으로 보았다.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기사는 (전반적으로 모든 언론이 비슷했지만 한국일보 역시) 실망스러웠다.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기사는 넘쳐나고 있다. 지면에서는 속보 기사를 줄이고 대처와 사회적 영향에 대한 분석을 제시하는 편이 효과적일 것 같다. 특히 지면 보도의 경우 상황 알림에만 치중한 편이다. 불이 났다고 알리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불이 왜 났고 어떻게 확산되고 있는가를 알리는 것이다. 지면 보도에서 그런 현상의 백업 기능이 좀 더 심화되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아쉬웠다.

정치 부문 보도에서는 속보전달과 유명인물의 활동추이에 대한 보도가 중요하다. 그러나 선거관련 기사의 경우 다양한 기법이 있다. 일관적인 주제를 지속적으로 보도하는 기획기사가 중요하다. 선제적으로 준비해 선거보도에 신경을 썼으면 좋겠다. 데이터 분석이나 역대선거와의 비교, 지역민심 분석 등 심층분석 기사가 많았으면 좋겠다.

최광범(서면)

1월28일자 1면 [독살ㆍ자살設 돌던 北 김경희 건재 ‘6년간의 오보’ 끝]부터 얘기하고 싶다. 이 기사를 1면에 실은 편집을 칭찬하고 싶다. 북한 관련 보도는 가장 오보가 많다. 언론계의 정설이다. ‘아니면 말고’식의 보도라는 핀잔까지 받아왔다. 북한 보도에서 CNN 보도를 맹신한 한국 언론의 문제다. 한국일보가 1면에 이런 기사를 낸 것은 한국 언론계의 잘못된 관행에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오보를 정정하는 정직하고 용기 있는 한국일보가 되었으면 한다.

대형 재난이 닥쳤을 때, 언론의 경쟁적 보도는 과도한 공포를 야기할 수 있다. 일부 언론의 경우는 불구경하듯 중계하고, 정치색까지 덧칠하는 경우가 있다. 2월7일자 1면, 2면 [‘코로나 전사’된 백의의 천사… “이게 내 운명”] 기사는 그런 면에서 칭찬할 만하다. 한국일보가 희생양을 찾기보다는 영웅을 찾았다.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좋은 사례다.

선거보도의 경우 1월20일자 4면 [총선 판세 여기만 보면 안다, 여야 번갈아 당선 ‘스윙보트’ 9곳] 기사가 눈에 띈다. 18대~20대 이른바 스윙보트 지역구를 조사해 유권자의 흥미를 유발했다. 흥미유발이 다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유권자가 선거에 관심을 갖게 하는 기사발굴이 더 많아 졌으면 한다. 1월30일자 18면 [정민승 특파원의 짜오! 베트남: 30대 가장, 3년 사이의 변화]에서의 베트남 30대 가장의 인터뷰가 좋았다. 인터뷰에서 베트남의 국민영웅이라고 알려진 박항서 감독 평가가 예전 같지 않다고 전했다. 박 감독의 과다한 감정 표출이 베트남 정서와 동떨어져 있다고도 언급했다.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민규:

1월18일자 1면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대통령 복심’], 2면 [대통령의 복심 민정수석은 누구]

편집도 의미가 있었다. 조국 보도의 끝판왕이다. 민정수석의 역할에 대한 유일한 보도다. 구체적인 수치로 분석한 기사다. 권력을 해부하고 미래 권력에 메시지를 암시하는 인사이트가 있었다. 한국일보가 영화 기생충 관련해서 풍부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었던 건 영화전문 라제기 기자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1월15일부터 2월11일까지 총 6건의 분석ㆍ해설기사를 내보내 독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전문기자 역량과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기생충 수상으로 우리 문화의 품격이 올라갔다. 그런 부분에서 전문기자의 몫을 훌륭하게 해냈다.

정리=조철환ㆍ뉴스3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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