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 상급종합병원들이 기준이 완화된 음압병동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치료를 놓고 고민에 빠져 있다. 중증 및 초중증 환자를 우선적으로 치료하기 위해 음압병동 여유분을 확보해야 하지만 상당수 경증 환자들이 일반 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 이송을 꺼리며 퇴실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지역 신종 코로나 확진자 5,867명 중 2,399명은 전국 65개 병원에 입원 치료를 받고 있고, 2,276명은 12개 생활치료센터에 격리돼 있다. 아직도 자가대기 중인 확진자가 892명이나 되면서 응급환자를 위한 음압병동이 항상 아쉬운 상황이다.
3개층 가운데 1개층을 음압병동으로 사용중인 대구가톨릭대병원에는 입원 확진자 94명 중 22명이 경증으로 분류되고 있으나 센터 이송에는 부정적이다. 열은 떨어졌고 기침만 조금 하는 정도다.
이에 따라 병원 의료진들이 이날도 경증 환자 5명에게 생활치료센터 이송을 권유하는 등 경증 환자 이송대책을 세우고 있으나 대부분 “불안하다, 이곳에서 완치 후 퇴원하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칠곡경북대병원에는 15실을 갖춘 음압병동 내 확진자 중 상태가 호전된 경우 생활치료센터 이송을 논의했지만 실천하지 못했다. 병원 관계자는 “퇴실을 꺼리는 환자들의 입장도 이해되지만 중증환자를 치료해야 하는 상급종합병원 본연의 역할에 구멍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경북대병원에도 신종 코로나 입원 환자 31명 중 1명이 경증환자로 분류됐다. 계명대 동산병원은 11개 음압 및 코호트 병실에서 중증 환자를 치료하고, 대구 도심의 대구동산병원에는 455병상에 경증환자 367명이 입원해 있다.
초중증 13명, 중증 환자 9명이 입원한 영남대병원은 뒤늦게 음압병동을 운영한 터라 아직 경증 단계로 떨어진 환자는 없다.
의료계 일각에선 상급종합병원에서 상태가 호전되더라도 의료진 판단에 따라 일반 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로 보낼 수 없는 현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치영 대구가톨릭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중증환자가 병실을 찾지 못해 발길을 돌리는 불상사가 발생하면 안된다”며 “지금은 경증환자에게 퇴실을 설득하는 방법뿐”이라고 말했다.
대구=전준호 기자 jhj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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