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18조원 이상으로 증액 요구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의 경제 충격 우려가 갈수록 높아지자, 여당이 추가경정예산(추경) 규모를 정부 제안보다 최대 6조원 이상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재정건전성 악화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정부로서는 신중한 입장이지만, 각국이 경쟁적으로 코로나 대응 예산을 늘리는데다 여당까지 공격적으로 압박에 나서 추경 딜레마는 점점 깊어지고 있다.
◇여당 “최소 6조원 늘려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2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각 상임위에서 심사했던 추경 증액 사항이 6조3,000억~6조7,000억원 규모인데 최소한 이 정도 금액은 반드시 반영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추경안(11조7,000억원)에 6조원 이상이 증액되면 코로나 추경 규모는 18조원을 넘게 된다.
이처럼 여당이 추경 증액을 압박하는 건, 코로나19가 전세계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사태 장기화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소상공인과 기업을 위한 추가 지원책 마련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난감한 정부
하지만 여당의 압박에 정부는 난감해 하고 있다. 추경 효과와 재정건전성 악화 등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정부로서는 사태 악화 분위기만을 이유로 무조건 추경 확대에 동의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 대응이 급하다며 불과 2주 만에 추경안 편성을 재촉했던 여당이, 추경안이 국회에 제출되자마자 곧바로 증액까지 요구하는 데 야속한 감정도 내비치고 있다. 심지어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전날 추경 증액에 소극적인 정부를 겨냥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경질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정부 관계자는 “사태가 어디까지 확산될 지, 경제에 얼마나 피해를 줄 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무조건 추경을 확대하자는 건 무책임한 처사”라고 말했다.
◇증액은 야당, 정부 합의 있어야
추경이 여당의 바람대로 6조원 이상 늘어날지는 미지수다. 설사 야당이 추경 증액에 동의하더라도,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오는 17일까지 지원 대상과 구체적 범위, 방법 등에 완전히 합의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야당은 11조7,000억원의 기존 추경안을 심사하면서도 “코로나 사태와 관련 없는 선심성 대책이 섞여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또 통상 정부가 제출한 추경안은 야당의 반대로 불필요한 사업을 축소해 감액되는 게 보통이었다. 2008년 이후 지난해까지 8차례 추경 중 국회를 거치면서 예산 총액이 늘어난 경우는 없었다.
여기에 국가재정법 35조에는 “부득이한 사유로 정부 예산안을 수정할 때에는 국무회의를 거쳐 대통령 승인을 얻은 수정예산안을 제출할 수 있다”고 명시돼 정부 차원의 동의도 얻어야 한다.
이런 현실을 감안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추경 총액을 유지하면서 지출 규모를 늘리는 우회로도 거론되고 있다. 이미 제출된 추경안에 코로나19로 인한 세수 감소 영향이 반영돼 있지 않음을 내세워 향후 추가 추경을 전제로 지금보다 세입경정 규모를 줄이는 것이다.
정부는 일단 현재의 추경안을 통과시킨 후, 향후 경제 상황에 대응해 추가 대응책을 마련하자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금은 코로나19 대응과 국민 생활 안정을 위해 기존에 제출된 추경안 국회 통과에 집중할 때”라며 “경기 대응 관련 추가 대책은 실제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한 뒤에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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