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2만명 순차적 재택근무, 원격으로 회사 내부망 접속해
해킹 등 개인정보 유출 우려 커
“정보 가리기ㆍ로그 기록 등 2중ㆍ3중으로 조치했다”
서울 구로구 콜센터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의 여파로 직원이 총 2만여 명에 달하는 통신 3사 콜센터도 앞다퉈 재택근무에 들어가고 있다. 그러나 가입자 개인정보를 확인하며 상담해야 하는 업무 특성상 원격으로 회사 내부망에 접속해야 하는 터라 해킹이나 직원 관리 소홀에 따른 개인 신상정보 유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각 사는 보안 사고를 차단하면서도 원활한 재택근무가 가능한 시스템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가장 먼저 콜센터 직원 재택근무를 선언한 곳은 SK텔레콤이다. 콜센터 구성원 6,000여 명 중 재택근무를 희망하는 비중은 25% 정도로, SK텔레콤은 희망자 전체를 대상으로 12일부터 재택근무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콜센터 근무자가 1만3,000명에 달하는 KT는 재택근무를 순차적으로 늘린다는 방침 아래 지금까지 1,200명 이상을 분산배치하고 300명가량을 재택근무 조치했다. LG유플러스는 11일부터 채팅 및 사이버 상담사를 순차적으로 재택근무 하도록 했고 일반 상담 인력에 대해서도 이달 중 재택근무를 시범 운영할 예정이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통신 3사를 비롯한 많은 기업이 임직원 재택근무를 단행했지만 콜센터에 대해선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사내 네트워크에 저장된 개인정보 보안 문제와 ‘콜 배분’ 등 업무 효율성 때문이다. 통신 3사는 사실상 전국민에 대해 전화번호, 주민등록번호, 계좌번호 등 개인 민감정보를 보유하고 있는지라 근무방식 전환에 따른 보안상 문제를 감안해야 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최근 콜센터 내 집단감염이 속출하자 통신 3사는 자체 시스템을 활용한 재택근무 환경을 신속히 구축하고 있다. KT가 활용하는 시스템은 가상사설망(VPN)이다. 상담사가 집에서도 사내에서 접속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도록 하는 기술로, 콜 분배와 고객정보 확인 등을 각자의 개인 컴퓨터로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VPN 시스템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별도 장비 설치가 필요하다. 단기간 내 많은 직원들이 재택근무에 돌입하기 어려운 이유다. KT 관계자는 “VPN 인증이 필요하고 헤드셋ㆍ마이크 등 주변 기기도 회사 지침에 맞아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어느 정도 걸린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VPN과 더불어 데스크톱 가상화(VDI)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VDI는 중앙 서버에서 전 사원의 서버를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클라우드에서 구동되기 때문에 별도 하드웨어가 필요하지 않다. 꼭 사내 네트워크에 있지 않더라도 어디서든 어떤 기기로든 접속이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이미 2018년부터 임산부 등 재택근무 대상자가 활용하던 시스템을 확대 적용하는 것”이라며 “개인정보 보안을 위해 철저하게 내부 자료가 바깥으로 나가지 않도록 2중, 3중으로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민감정보는 보이지 않도록 마스킹 처리가 되고, 상담사가 정보를 조회할 때마다 로그가 기록돼 관리자들이 사유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 대표적이다.
LG유플러스도 SK텔레콤과 비슷하게 클라우드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다만 상담사들이 각자의 집에서 내부 네트워크에 접속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보안 솔루션과 녹취 시스템 등이 추가로 구비돼야 해 당장은 적용하기 힘든 상황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별도 장비 설치가 필요하진 않지만 필요한 보안 요건이 100% 갖춰진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빠르게 조치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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