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돌보는 우리가 감염되면 바로 죄인으로 낙인 찍힙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가 보육교사들을 짓누르고 있다. 전국 유치원 초ㆍ중ㆍ고등학교의 개학이 오는 23일로 2주가 더 늦춰진 데 이어 지난 9일부터는 돌봄시간도 2시간이 늘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돌봄교실에서 아이들을 책임져야 하는 보육교사들이지만 “마스크조차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다”고 하소연한다.
12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6~9일 전국 학부모 대상 수요조사 결과 유치원 8만2,701명, 초등학교 6만490명, 특수학교 1,315명 등 14만4,506명이 긴급 돌봄을 희망했다.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 사태가 본격화한 지 한 달이 넘어가자 부모들은 더 이상 회사에 연차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이에 정부는 보육 공백을 메우기 위해 유치원과 초등학교의 휴업 기간 동안 안심하고 자녀를 맡길 수 있는 긴급 돌봄 제도를 도입했다. 희망자들은 유치원과 학교 등에 마련된 돌봄교실에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아이를 보낼 수 있다.
교육 현장에서는 “보육교사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대책”이라고 지적한다. 심지어 감염 방지의 기본인 마스크도 개인이 알아서 챙기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가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보육교사를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395명 중 89.9%가 ‘개인이 마스크를 구입한다’고 답했다. 지난달 보건복지부는 전국 3만7,000여 어린이집에 마스크, 손 소독제 등 방역물품을 구입하도록 예비비 65억6,200만원을 지원한다고 밝혔지만 ‘마스크 5부제’가 도입될 정도로 마스크 구하기는 여전히 쉽지 않다.
이런 가운데 지난 8일 포항의 한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가 신종 코로나에 감염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교사들의 걱정은 더욱 커졌다. 어린이집 보육교사 김모(25)씨는 “잘못해서 코로나에 걸리면 모두 교사 탓으로 돌리니 너무 무섭고 속상하다”며 “하루 종일 마스크를 쓰고 근무를 하고 아이들이 돌아가고 난 이후 밤까지 전체 교구를 꺼내 소독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돌봄교실 운영시간 연장으로 초등학교에서는 보육교사 인력난까지 겹쳤다. 경기 성남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김모(34)씨는 “긴급 돌봄이 오후 7시까지로 늘어난다는 걸 기사를 보고서야 알았다”며 “우리 학교에는 모두 시간제 교사만 있어서 오후 7시까지 어떻게 근무를 채울지 여전히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자체별로 초등학교 전일제 보육교사의 비중은 10%대에 머물고 있다. 나머지는 4~6시간 등 시간제 교사가 맡는다. 돌봄교실이 하루 10시간으로 늘어나면서 업무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보육교사 박모(28)씨는 “남는 아이들 숫자에 따라 교대로 야근을 하기로 했지만 이번 주 들어 신청자가 부쩍 늘고 있다”며 “내 자식은 내버려두고 다른 이들의 아이를 돌볼 수 밖에 없어 씁쓸하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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