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치닫는 와중에 미국과 중국 간 비방전이 가열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전염병을 은폐해 전 세계가 대가를 치른다”고 공격한 반면 중국은 “같은 봉쇄인데 이탈리아는 결단이고 중국은 탄압이냐”며 서방의 이중잣대를 비난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1일(현지시간) 헤리티지재단 행사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중국은 관련 의사들을 침묵시키거나 감금하며 사실을 은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로 인해 전 세계가 바이러스에 대응할 두 달의 시간을 허비했다”면서 “중국의 발병 초기 대처방식은 틀렸다”고 지적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는 “세계 지도자 중 처음으로 중국인 입국을 금지하는 대담한 조치로 6~8주간 바이러스에 대처할 시간을 벌었다”고 치켜세웠다.
트럼프 대통령 참모들은 줄곧 ‘중국 책임론’을 제기해왔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지난 6일 CNBC방송 인터뷰에서 “이번 사태는 우한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촉발된 것”이라며 “발병 초기 중국의 정보가 정확하지 못해 우리는 현재 많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우한 폐렴’이라는 표현을 고집하고 있다.
이에 중국은 뉴욕타임스(NYT) 보도를 예로 들며 자국과 이탈리아의 봉쇄령에 대한 미국의 시각이 편협하다고 맞섰다. 관영 환구시보는 12일 “중국 정부가 바이러스 확산을 차단하려고 우한을 봉쇄했을 때 NYT는 ‘인민의 생활과 개인의 자유가 큰 손실을 입을 것’이라고 비판하더니 이탈리아 정부가 봉쇄령을 내리자 ‘위험을 무릅쓰고 유럽을 지켜낸다’며 높이 평가했다”고 지적했다. 관영 차이나데일리도 “미국이 편파 보도를 앞세워 바이러스나 방역과 상관 없는 정치 논리로 중국을 공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중국은 오히려 “전염병의 최전선에서 선제적인 지역 봉쇄가 큰 효과를 거뒀다”며 전 세계의 방역에 기여했다는 입장이다. 감염이 심각한 이란ㆍ이탈리아로 의료진을 파견해 노하우를 전수하는 한편 중국의 성공사례를 번역해 양국 국민들에게 보급하고 있다. 왕이(王毅)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중국이 각국의 방역을 위한 시간을 벌어줬다”면서 “이제 국제공조를 강화해 함께 맞서자”고 강조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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