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대유행)이 공식화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이 미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등 미 언론이 전했다.
11일(현지시간)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국가 비상사태 선포를 망설이는 배경에 쿠슈너 고문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긴급 성명을 발표했지만 관심을 모았던 국가 비상사태 선언은 하지 않고 유럽발 입국 금지와 의료진에 대한 긴급 금융 지원 등의 조처만 공개했다. 폴리티코는 이날 발표에 앞서 보도한 기사에서 “알렉스 아자르 보건복지부 장관은 비상사태 선언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를 이끄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경제 파급 효과를 우려하고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쿠슈너 고문이 직접 조사를 마치고 결론을 내릴 때까지 이 결정을 미룰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면 연방재난관리처(FEMA)는 1988년 제정된 로버트 스탠퍼드 재난구호 및 비상지원법에 따른 재난 구호 기금을 피해 지역에 지급할 수 있다. 기금은 재난 의료 지원팀 파견, 이동식 병원, 군 수송과 같은 지원을 제공하는 데 쓰일 수 있으며 지난 1월 31일 기준 340억달러 규모의 기금이 조성돼 있다.
이와 관련해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펜스 부통령이 지휘하는 코로나19 TF 운영을 걱정하면서 쿠슈너 고문의 관여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CNN은 코로나19 우려로 뉴욕증시가 폭락한 지난달 26일 트럼프 대통령이 보건당국의 경고를 무시한 것도 쿠슈너 고문의 영향이라는 일부 트럼프 대통령 측근의 말도 덧붙였다.
이에 따라 쿠슈너 고문은 당분간 백악관 중추 역할을 계속하리라는 전망이다. 특히 최근 퇴임한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후임으로 지명된 마크 메도스 비서실장이 코로나19 확진자 접촉 우려에 따라 자가격리에 들어가 아직 백악관에 출근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CNN은 “쿠슈너 고문이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는 백악관 관계자의 말을 함께 전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