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보호자는 입실이 불가능합니다. 외출 과정에서 누구를 만났을지, 어떤 일이 있었을지 알 수 없어 관리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죄송하지만 양해 부탁 드립니다”
청천벽력 같은 말이었다. 분명히 이틀 전까지도 산후조리원 입소 첫날은 배우자에 한해서 입실이 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 확산세가 커지면서 이번 주부터는 모든 보호자 입실을 금지하기로 규정이 바뀐 것이다. 산모가 2주간 지낼 방이라도 한 번 보고 싶었지만, 규정을 어길 수는 없었다. 출산한지 이틀 밖에 안된 아내와 아기를 두고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경기 부천시 L산후조리원은 지난 9일부터 외부인 출입 제한을 강화했다. 산후 요가, 필라테스, 육아교육 등 외부 강사가 필요한 모든 프로그램도 중단했다. 산모, 신생아를 검진하는 의사, 한의사만 출입이 가능했다. 신생아를 촬영하는 사진작가는 조리원 측에서 산모들과 협의를 거쳐 출입을 허용했다.
조리원 출입이 까다로워지자 산모들 사이에서는 설왕설래가 오간다. 거동이 불편해 보호자 도움이 절실한 산모는 불만이 많다. 일부는 우울함을 호소하기도 하고, 가족이 보고 싶어 중도 퇴소한 산모도 있다. 또 갑작스런 프로그램 취소에 대해 불만도 적지 않다. 이미 지불한 비용에 이용료가 포함돼 있지만, 조리원이 환불이나 할인에 대해 고지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일 둘째 아이가 태어난 서울 구로구 S산부인과도 보건안전에 엄격했다. 최근 생후 4주의 신생아도 신종 코로나에 감염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삼엄하기까지 했다. 병원 입구에서 체온 확인은 물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출입이 아예 불가능했다. 최근 2주 내 중국 우한과 대구ㆍ경북 지역을 방문한 사람은 발조차 들이질 못했다. 유리창을 사이에 둔 신생아 면회도 하루 두 번, 한 명씩만 가능했다. 대구에 계신 부모님은 아직까지 손자를 사진으로밖에 만나지 못했다.
S산부인과 관계자는 “환자, 산모, 신생아 등 감염에 취약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더욱 철저할 수밖에 없다”며 “산모나 보호자들은 규정에 따른 불편함을 표현하기보다 오히려 안심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번 출산은 첫째 때와 많이 달랐다. 보호자가 산모를 보호할 수 없고, 부모가 자식을 자유롭게 만날 수 없어도 그저 이해했다. 생명의 탄생 과정을 옆에서 지켜볼 수 있도록 허락된 것만으로도 감사함을 느꼈다. 지금이 아니었다면 당연하게 주어졌을 권리를 행하지 못한 아쉬움은 어쩔 수 없었다. 아내의 출산을 함께 하면서 신종 코로나가 일상을 집어삼켰다는 세인들의 말이 피부에 와 닿았다.
류종은 기자 rje31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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