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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 스터디] “남편이, 팀원이 신천지래요” 이혼ㆍ해고 가능한가요?

입력
2020.03.13 07:00
수정
2020.03.13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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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신천지 아우팅’ 잇따르자

가정ㆍ회사서 불화… 신천지 “우리도 피해자… 4000건 접수됐다”

6일 대구 남구 신천지 대구교회 앞에서 남구청 관계자들이 드론을 이용해 방역을 하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6일 대구 남구 신천지 대구교회 앞에서 남구청 관계자들이 드론을 이용해 방역을 하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신천지 성도를 향한 해고통보 등 직장 내 괴롭힘, 가정 핍박, 비방 등의 사례가 4,000여건이나 보고됐다.”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 대구교회를 중심으로 국내 신종 코로나 환자 폭증세가 이어지던 지난달 28일 신천지 측이 낸 입장문입니다. 이번 사태로 신천지 신도라는 사실이 본인의 의사에 반해 노출되면서 주변과 불화를 겪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건데요.

종교 때문에 가정생활이 어려워졌다면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특히 부부 사이에 상대방이 신천지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이들은 이혼을 고려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판례에서는 서로 다른 종교적 신념을 갖는 부부 사이에는 종교의 자유와 협조 의무가 있다고 봅니다. 1988년 10월 서울가정법원은 남편이 아내가 ‘여호와의 증인’이라는 종교를 숨기고 결혼한 후 제사 등을 거부했다면서 낸 이혼 소송을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당시 재판부는 “종교단체 자체를 불법단체로 단정할 수 없는 이상 어느 누구도 종교활동을 그만 두도록 강요할 수는 없다”고 밝히기도 했죠.

다만 종교를 이유로 ‘가정 내 불화’를 겪었다면 이혼 사유가 됩니다. 종교에 빠져 4년 동안 가출한 40대 여성에게 2015년 서울가정법원 가사1부(민유숙 수석부장판사)는 혼인 파탄의 책임을 물어 이혼은 물론 1,000만원의 위자료까지 물렸어요. 민법 840조에는 이혼의 원인으로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 부당한 대우, 생사 불분명과 함께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 등 6가지로 규정합니다. 서울가정법원 관계자는 “종교를 이유로 한 폭언ㆍ폭행, 지나친 신앙 강요 등 가정생활이 어려워졌다면 중대한 사유가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어요.

직원이 신천지인 걸 숨기고 출근했다면

신천지 신도 중 한 명이 아르바이트한 경기 과천의 한 편의점에 지난달 27일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신천지 신도 중 한 명이 아르바이트한 경기 과천의 한 편의점에 지난달 27일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종교로 인한 직장 내 갈등, 해고는 어떨까요. 해고 역시 단순히 신앙을 이유만으로 이뤄지긴 어렵습니다. 우리나라 근로기준법 제6조(균등한 처우)는 남녀의 성, 국적을 비롯해 ‘신앙’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어요. 또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은 사용자는 근로자를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데요. 특정 종교가 법에 위반된다거나 그로 인해 회사의 경영질서 등을 어지럽히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단순히 종교만으로 해고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한 해고로 판단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 확산 국면에서 주변인에게 감염시킬 수 있음에도 검사를 하지 않거나 이를 의도적으로 숨겨서 병을 퍼트린다면 문제가 되겠죠. 이 경우엔 ‘손해배상’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한 노무사는 “특정 종교의 근로자가 자신의 종교행사 참석 등을 숨긴 사실이 전염병 감염과 명확한 인과 관계가 있다고 밝혀진 경우에 한하여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어요.

신천지와 신천지 교인은 구분해야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 회원들이 지난달 27일 신천지 교주 이만희 총회장을 감염병예방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하기에 앞서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신천지 해체와 이만희 총회장에 대한 구속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 회원들이 지난달 27일 신천지 교주 이만희 총회장을 감염병예방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하기에 앞서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신천지 해체와 이만희 총회장에 대한 구속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천지 전문가’들은 신천지 자체와 신자들은 구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실제로 신종 코로나 확산 이후 신천지 신도가 종교 문제로 주변인과 갈등을 빚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건까지 잇따르면서죠. 변상욱 전 CBS 대기자(현 YTN 앵커)는 “어떤 사람이 신천지라는 종교를 가졌다고 해서 직장이나 가정에서 위력을 사용한다든가 편견과 차별을 보이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신천지 측과 신천지인들은 구별해서 생각해야 된다고 본다”고 했어요.

이단 논란에 더해 다른 종교의 영역까지 침범하며 은밀하게 이뤄지는 전도 방식이나 가족에게도 신도라는 사실을 숨기는 등 신천지라는 집단은 비판하되, 신도 개개인은 감싸 안아야 한다는 것이죠. 윤재덕 종말론사무소 소장 역시 “사회가 이유 없이 신천지를 규탄하고 있고, 그래서 신천지 교인 분들이 지금 그래서 우리가 고난을 받고 있고, 우리가 순교자와 같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사회가 성숙한 태도를 가지고 신천지 교인들을 품어줬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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