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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 Why] 코로나19 공습에도, 유럽인 얼굴엔 마스크가 없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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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 Why] 코로나19 공습에도, 유럽인 얼굴엔 마스크가 없다… 왜?

입력
2020.03.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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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로마에서 마스크가 버려진 물 웅덩이에 코로나19로 휴관 중인 콜로세움이 비쳐 보인다. 로마=AP 연합뉴스
8일 로마에서 마스크가 버려진 물 웅덩이에 코로나19로 휴관 중인 콜로세움이 비쳐 보인다. 로마=AP 연합뉴스

“얼마 전 주한 네덜란드 대사님과 대화하다 마스크 얘기가 나왔는데 ‘페이스 커버’(FACE COVER) 라고 하는 걸 듣고 신기했어요. 페이스 커버면 사실 복면으로 보는 건데 여기에 유럽 사람들의 마스크에 대한 생각이 담겨 있는 것 같았어요.”

정유정 주한네덜란드 상무관이 요아나 돌너왈드(Joanne Doornewaard) 주한 네덜란드 대사와 마스크 관련 얘기를 나누던 중 나온 에피소드입니다. 정 상무관은 “우리도 만약 마스크가 아니라 복면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답답해서 지금처럼 열심히 쓰지는 않을 것 같다”라며 “마치 은행 강도들이 복면을 쓰듯이 유럽 사람들 생각에는 마스크를 얼굴을 덮는 복면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는데요.

맞습니다. 정 상무관 말처럼 실제로 유럽인들의 마스크에 대한 인식은 아시아권과 다소 다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유럽과 아시아의 마스크 착용에 대한 확연한 인식 차이가 드러났는데요.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각국 정부 당국도 “마스크는 환자에게 양보하고 손 씻기를 철저히 하라”는 권고사항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 일본 등은 남에게 병을 옮거나 옮기지 않기 위해 ‘예방적 차원’에서 마스크를 쓴다는 인식이 강한 반면, 유럽권에서 마스크는 중환자가 쓰거나, 혹은 범죄자가 쓰는 ‘복면’에 가깝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이들이 쓰는 용어에서도 알 수 있는데요. 네덜란드 공식 문서에서 마스크는 ‘페이스 마스크’(face mask)로 표기되지만 사람들은 마스크를 ‘페이스 커버’(face cover)라고 부릅니다. ‘복면’에 가까운 의미가 강하죠.

 ◇잦은 테러가 마스크 기피를 낳았다? 

지난달 25일 이탈리아 베니스의 유명 관광지인 산마르코 광장에서 한 러시아인 관광객이 가면과 마스크를 착용하고 주위를 둘러보고 있다. 베니스=AP 연합뉴스
지난달 25일 이탈리아 베니스의 유명 관광지인 산마르코 광장에서 한 러시아인 관광객이 가면과 마스크를 착용하고 주위를 둘러보고 있다. 베니스=AP 연합뉴스

유럽인들이 마스크 착용을 꺼리는 데는 테러에 대한 인식에서 비롯된 면도 있습니다. 유럽 곳곳에서는 테러, 범죄 등 이유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마스크 착용을 법으로 금지하는 곳이 많은데요. 오스트리아 빈에 3년 거주한 김현수(30)씨는 자신의 경험을 들려줬어요. “빈에 간지 얼마 안 된 2018년쯤, 감기가 심해서 마스크를 쓰고 미하엘 광장 인근에 간 적이 있었는데 당시 경찰에 신분 확인 요청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겪지 못할 일이라 좀 당황스러웠죠. 친구에게 물어보니 마스크를 쓰면 위협적인 사람으로 인식하는 면이 있다고 해요.”

실제로 오스트리아는 2017년 10월부터 공공장소에서 얼굴을 가리는 복장을 한 사람에게 벌금 150유로(약 20만원)를 부과하는 규제를 시행 중입니다. ‘얼굴을 가리는 복장’이란 부르카 등 이슬람 여성들 복장을 포함, 자외선 차단 가리개, 스모그 마스크 등을 말합니다. 프랑스도 2010년부터 ‘복면금지법’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공공장소에서 신원을 숨기기 위한 복면 착용을 할 경우, 최대 150유로의 벌금을 내야 합니다. 단, 오스트리아나 프랑스 모두 의사의 처방이나 스모그 경보 등에 따른 마스크 착용은 허용됩니다.

 ◇아프면 왜 마스크 끼고 출근해? 집에서 쉬어야지 

프랑스 파리 시내에 위치한 레퓌블리크 광장에서 지난달 16일 주말을 맞아 나온 시민들이 자전거를 타고 있다. 파리=AP 연합뉴스
프랑스 파리 시내에 위치한 레퓌블리크 광장에서 지난달 16일 주말을 맞아 나온 시민들이 자전거를 타고 있다. 파리=AP 연합뉴스

“아파도 출근한 다음 조퇴해라” “아파도 학교는 가야지, 결석은 안 된다”

대한민국에서 살면서 이런 말 한 번은 들어보셨죠? 아픈 몸을 이끌고도 출근, 등교만은 놓칠 수 없는 우리들. 남에게 감기나 기타 바이러스를 옮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마스크는 필수인데요. 유럽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문화라고 합니다.

독일에서 3년간 주재원으로 일한 최서연(37)씨는 병가를 쓰는 문화가 한국보다 훨씬 자유롭다고 합니다. “독일에서는 아프면 학교나 회사를 가지 않아도 됩니다. 물론 한국도 아프면 출근이나 등교를 하지 않을 수 있지만 독일은 아픈 몸을 이끌고 밖에 나가기 보다는 일단 쉬는 분위기입니다. 아프면 의료증명서만 제출하면 되고요.” 굳이 마스크를 쓰고 출근하거나 등교하는 상황을 만들지 않는다는 겁니다. 독일 연방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직장인 1인당 병가 일수는 연차휴가와는 별개로 10.6일에 달했습니다. 자유로운 병가 문화가 일상에서 굳이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지 않았다고 볼 수 있죠.

 ◇“내가 민낯인데 무슨 상관?” 타인 시선 신경 안 써 

국내 쇼핑몰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일명 ‘연예인 마스크’. ‘패션 마스크’로도 불린다. 네이버 캡처
국내 쇼핑몰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일명 ‘연예인 마스크’. ‘패션 마스크’로도 불린다. 네이버 캡처

유럽인들이 마스크 착용을 잘 하지 않는 이유는 타인을 신경 쓰지 않는 문화에서 비롯됐다는 인식도 있는데요. 프랑스 유학 중인 김엘린(22)씨는 케이팝(K-POP) 문화에서 마스크 착용에 대한 아시아권과 유럽권의 차이를 볼 수 있다며 이렇게 언급했습니다.

“한국은 ‘연예인 마스크’라는 말도 있지 않나요? ‘공항 패션’ 같은 걸 보면 연예인들이 항상 마스크를 쓰고 있던데 프랑스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이죠.”

실제로 한국, 중국 등의 유명 연예인들이 공항 입ㆍ출국 시 마스크를 쓰고 찍은 사진을 흔히 볼 수 있는데요. 주로 메이크업을 하지 않은 민낯을 가리기 위해서, 혹은 피곤한 모습을 숨기기 위해서 마스크를 착용하곤 합니다. 물론 유명인인 자신의 신분이 알려져 혼란을 빚을까 봐 마스크를 쓰기도 하는데요. 김씨는 평소 파티나 데이트 등 특별한 날을 제외하고는 메이크업을 진하게 하지 않는 유럽인들 특성상 민낯을 가리기 위해 마스크를 쓰는 일은 없다고 말합니다.

한국인들도 타인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평소 민낯으로 다니는 이들도 많아진 추세지만, 여전히 메이크업의 틀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보기는 힘든데요. 국내 헬스 앤 뷰티(H&B) 스토어 제품 판매 현황에 따르면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하면서 화장이 마스크에 묻어나지 않도록 하는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유럽에서는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문화가 널리 퍼져 있어, 내가 민낯이든 유명인이든 얼굴을 가리는 게 익숙하지 않다는 겁니다.

 ◇쓰고 싶어도 없다… 유럽에서 만들지 않으니 

9일 베니스의 산 마르코 광장의 한 레스토랑 앞에 설치된 야외 테이블이 텅 비어 있다. 베니스=AP 연합뉴스
9일 베니스의 산 마르코 광장의 한 레스토랑 앞에 설치된 야외 테이블이 텅 비어 있다. 베니스=AP 연합뉴스

현재는 유럽에서도 마스크를 끼고 싶어도 없어서 못 낀다는 말이 나오기도 합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속히 늘면서 세계에서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사망자 수가 많은 이탈리아 경우, 마스크를 자체적으로 생산하지 않기 때문에 오로지 수입에만 의지해야 하는데요. 현재 전 세계적으로 마스크 수요가 급증하며 물량이 달려 현지에서 마스크를 구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이는 프랑스, 독일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4일부터 프랑스, 독일, 체코 등은 자국 내 공급 부족을 막기 위한 조치로 마스크와 일회용 장갑 등 코로나19 위생용품 수출 제한령을 발표했습니다. 그만큼 마스크 수요가 늘고 있다는 얘기일 텐데요. 과연 유럽은 마스크 없이도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있을까요?

박민정 기자 mjm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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