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中 국민택시 “마스크 안 쓰면 승차 거부”…우리나라는?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中 국민택시 “마스크 안 쓰면 승차 거부”…우리나라는?

입력
2020.03.16 07:00
수정
2020.03.16 07:43
0 0
운전석과 승객석 사이에 방역을 위한 ‘비닐 칸막이’가 설치된 모습. 디디추싱(滴滴出行)
운전석과 승객석 사이에 방역을 위한 ‘비닐 칸막이’가 설치된 모습. 디디추싱(滴滴出行)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승객에 대해 승차 거부할 수 있다”

중국판 ‘우버’로 불리는 디디추싱(滴滴出行)의 강력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지 대책이 주목 받고 있다. 중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달 초부터 디디추싱의 기사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승객에 대해 승차를 거부하거나 예약을 취소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모든 책임이 면제된다는 ‘마스크 대책’을 시행 중이다. 그 동안 승차를 거부하는 기사에게 패널티를 부과하는 등 승객의 편의를 최우선으로 삼았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승객은 마스크만 쓰면 되지만 기사에게는 더 철저한 방역 기준이 적용된다. 기사는 출근하면 본인의 체온을 측정해 상부에 보고하고 차량 운행 내내 마스크를 써야 한다. 회사는 인공지능(AI) 안면 인식 기술, 사진 인증과 승객 후기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기사가 진짜 마스크를 쓰고 있는지 끊임없이 확인한다. 만약 규정을 어겼다가 적발될 경우 해당 차량의 운행이 정지되기 때문에 기사들도 각별히 신경 쓰는 수밖에 없다.

승객·기사 모두를 위해 택시 안 비닐 칸막이도

디디추싱이 방역의 책임을 승객과 기사에게만 지운 것은 아니다. 회사 차원에서도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다. 바로 ‘비닐 칸막이’를 지원하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 동제대 소속 동방 병원 호흡내과 의사 궈치엔(郭倩)은 “택시는 기사와 승객이 좁은 공간에서 밀접하게 접촉하기 때문에 전염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 있다”며 “마스크뿐만 아니라 앞좌석과 뒷좌석 간에 칸막이가 생긴다면 2중으로 보호받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디디추싱은 이를 고려해 비닐 칸막이를 만들어 기사와 승객이 서로로부터 감염되는 가능성을 최소한으로 낮추도록 했다. 기사들은 전국 185개 성에 방역 서비스 센터를 찾아가 칸막이를 무료로 설치할 수 있고 추가로 마스크와 차량 소독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이 외에도 디디추싱은 매출이 저조해진 기사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해 우한 등 후베이 16개 성에서 일하는 기사에 대해 2월의 차대를 면제했으며 모든 차의 대여 기간을 한 달 연장했다. 현재는 금융 및 보험 업계와 협력해 전국을 대상으로 차 대여 기간을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서비스의 최전선에 있는 기사가 감염될 상황을 대비해 전염병 관련 폐렴 보험을 무료로 제공하기도 했다.

중국 누리꾼들은 중국의 대표적인 SNS 웨이보(微博)에서 “디디추싱은 양심적인 기업이다. 칭찬할 만하다”, “항상 묵묵하게 해야 할 일을 하는 것 같다. 응원한다” 등의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디디추싱 차량의 뒷좌석에서 비닐 칸막이를 단 모습. ‘매일 체온을 재고 소독을 빠뜨리지 않습니다’ ‘오늘 소독을 마쳤으니 안심하고 타세요’의 내용이 적혀 있다. 웨이보 캡처
디디추싱 차량의 뒷좌석에서 비닐 칸막이를 단 모습. ‘매일 체온을 재고 소독을 빠뜨리지 않습니다’ ‘오늘 소독을 마쳤으니 안심하고 타세요’의 내용이 적혀 있다. 웨이보 캡처

우리나라의 경우 택시기사와 승객 모두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다. 택시기사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긴 했지만 마스크는 기사 스스로 구해야 한다. 손 소독제 비치와 차량 소독 또한 기사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이에 승객들은 그날의 운에 따라 안전한 택시를 탈 수도 불안한 택시를 탈 수도 있는 상황이다.

택시업계가 방역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자 승객들은 불안함을 해소하지 못했다. 택시 이용에 불안을 느끼는 심리가 확산되자 택시 승객은 눈에 띄게 줄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매출은 평균 25%, 대구ᆞ경북 지역은 50% 이상 감소했다.

국내에선 마스크 안 쓰면 승차거부 해달라 청원 등장

10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택시 승차거부 허용 청원.
10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택시 승차거부 허용 청원.

코로나19가 전염될까 불안에 떠는 것은 택시 기사들 또한 마찬가지다. 교통문화시민연대는 “택시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매 순간 승객을 찾아 도로 위를 헤매며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택시기사는 설령 승객이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더라도 관련 조항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승차를 거부할 수 없다. 또한 상대적으로 고령 인원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감염에 취약하고 이동 동선이 길어 지역 간 전염병을 옮기는 슈퍼전파자가 될 개연성이 높기 때문에 대책이 필요한 실정이다

이에 승차 거부를 허용해달라는 택시기사들의 국민청원이 등장하기도 했다. 10일 택시미래발전연구소가 올린 것으로 알려진 청원은 “매출 감소보다 더 중요한 것은 건강과 생명”이라며 “아직도 많은 승객들이 마스크를 미착용하고 앞자리에 탑승하기도 한다”며 호소했다.

한편 부산시는 12일 코로나19의 지역사회 확산 방지와 운수종사자 불안 해소를 위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승객에 대한 택시 승차거부를 3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부산시택시조합에서 운수종사자와 다음 탑승객의 안전을 위해 요청한 공식 건의를 수용한 결정이었다.

부산시 관계자는 “마스크 미착용 승객에 대한 승차거부 허용은 안전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으며 이는 코로나19 확산방지와 마스크를 착용하는 사회분위기 조성에 승객과 기사가 다 같이 동참하자는 의미”라고 전했다. 17일 동안 허용되는 승차 거부권이 기사를 보호하고 승객을 안심시켜 선순환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혜인 인턴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