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의 절반 이상이 잠자면서 코 골아
코골이의 3분의 1은 수면무호흡증 동반
성인 인구의 절반 이상이 코를 골면서 잠을 잔다. 코골이는 30~35세 남성의 20%, 여성의 5%에서 관찰되며, 60세 이상 고령층에서는 남성의 60%, 여성의 40%가 잠자면서 습관적으로 코를 곤다.
코골이의 가장 큰 문제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는 점이다. 심하면 한 사람이 내는 코골이 소리가 지하철 소음(70~80dB)에 맞먹을 정도여서 다른 방에서 잠자는 사람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다. ‘코 고는 소리에 아내가 같은 방에서 잠을 자지 못한다’ ‘잠자고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고 두통이 생긴다’ ‘낮에도 졸려 일하거나 운전에 방해가 된다’는 등의 증상을 호소한다.
또한 수면 중 잠을 자주 깨고 몸을 많이 뒤척이거나 땀을 많이 흘리며 숨이 막힐 것 같은 느낌을 가질 수 있고, 낮에는 기억ㆍ판단ㆍ집중력 감소, 성격 변화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심장ㆍ폐에 부담을 줘 고혈압 등 심혈관계 질환을 일으키기도 한다.
코를 고는 사람 가운데 3분의 1 이상은 ‘수면무호흡증’을 동반한다.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이 노인의 기억력 저하뿐만 아니라 사물 인식 능력에도 장애를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가 여럿 나왔다.
김동현 인천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단순히 들리는 소리 때문에 코골이를 코에서 나는 소리로 생각하기 쉽지만 기도 내 기류가 여러 가지 원인으로 인해 좁아진 기도를 지나면서 늘어진 목젖ㆍ혀ㆍ입천장ㆍ인두 등이나 목안 구조물이나 주위 구조물에 진동을 일으켜 발생하는 ‘호흡 잡음’이다”고 했다.
코골이 원인은 노령, 호르몬 이상, 비만 등으로 이 중 비만이 가장 큰 원인이다. 해부학적 원인으로는 코 저항을 늘리는 여러 가지 코질환이 있다. 어린이는 아데노이드증식증, 구강 인두 점막 비후 등이 원인이다. 연구개가 늘어져 있거나 편도선이 커진 것이 원인이 될 수 있다. 흡연ㆍ음주ㆍ항히스타민제나 진정제 같은 약물 복용 등으로도 생길 수 있다.
코골이를 진단하려면 호흡에 관여하는 코ㆍ목ㆍ편도 등을 검사해야 한다. △콧속의 용종(물혹) △비중격 만곡증(코뼈가 휜 것) △만성 비염 △편도 비대증 △대설증(혀가 큰 것) 등과 같은 구조적 이상 유무를 확인한다. 이어 체중ㆍ비만 정도를 관찰하고 고혈압ㆍ부정맥 등 심혈관계 검사를 진행한다.
치료를 위해 내시경이나 X선,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통해 폐쇄 부위를 정확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수면다원검사로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을 진단한다. 수면다원검사는 병원에서 8시간 이상 잠을 자면서 뇌파, 안전도(눈 움직임), 호흡, 산소포화도 등을 측정하는 검사다. 건강보험이 적용돼 10만원대인 본인부담금(20%)만 내면 검사할 수 있다.
배정호 이대서울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수면무호흡증은 숨을 멈춘 상태가 1분 이상 지속되기도 하지만 소리가 나지 않다 보니 함께 잠을 자는 배우자도 잘 모를 수 있다”며 “수면무호흡증이 의심되면 병원에서 수면다원검사를 받는 게 좋다”고 했다.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은 한 가지 원인만으로 생기는 경우는 드물다. 체중 감소를 위한 규칙적인 운동, 수면 자세, 금주, 금연 등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최근에는 혀끝을 입천장에 대고 혀를 뒤쪽으로 밀어뜨리는 것과 목젖을 울리면서 ‘아’ 소리를 내는 ‘구강인두훈련’을 매일 시행하면 코골이가 36%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항우울제나 프로게스테론 같은 약물로 치료할 수 있다. 양압기 등 입안에 마우스피스처럼 착용하는 구강 내 장치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양압기는 매달 1만~2만원으로 대여해 쓸 수 있다. 수술로는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이 생긴 부위의 일부를 제거하거나 근육ㆍ점막의 떨림을 줄이는 방법이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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