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희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복통ㆍ설사ㆍ혈변 반복되면 의심해야
꾸준히 치료약 먹어야 대장암 예방
천재희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혈변과 설사가 계속되면서 복통이 생기면 궤양성 대장염 등 염증성 장질환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세브란스병원 제공

애주가인 김모(31)씨는 최근 혈변과 설사가 계속됐다. 술을 많이 마신 것이 원인으로 생각해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증상은 계속됐고 제대로 생활할 수 없을 정도가 됐다. 병원을 찾은 김씨는 ‘궤양성 대장염’ 진단을 받았다.

이처럼 복통을 단순 소화불량으로 치부하거나 스트레스성 위염, 과민성장증후군, 급성장염 등으로 여기지만 복통ㆍ설사ㆍ혈변 등이 지속된다면 만성장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특히 피가 나오는 설사, 복통, 대변 급박감 등이 반복되거나 대변을 보고도 또 마려운 잔변감이나 피로감, 체중 감소 등이 이어지면 궤양성 대장염을 의심해야 한다.

천재희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에게 염증성 장질환의 일종인 ‘궤양성 대장염(ulcerative colitis)’에 대해 들었다. 천 교수는 “ ‘선진국형 질병’인 궤양성 대장염은 매년 5~10%씩 늘어나고 있는데 호전과 악화가 반복되면서 완치가 어려운 병”이라며 “주로 20~40대 젊은 나이부터 발병해 평생 지속돼 환자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많은 사회ㆍ경제적 비용이 든다”고 했다.

-궤양성 대장염이란 어떤 병인가.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의 점막ㆍ점막하층에 염증ㆍ궤양이 만성적으로 생기는 병이다. 크론병ㆍ베체트 장염 등과 함께 염증성 장질환으로 분류된다. 염증성 장질환은 호전과 악화가 반복되면서 피가 나오는 설사와 대변 급박감, 복통 등을 유발한다. 아직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진 않았지만 식습관과 생활환경이 서구화되면서 많이 생기는 것으로 추정된다. 염증성 장질환은 치료할 동안 별다른 증상이 없는 관해기(寬解期ㆍ증상이 완전히 가라앉은 기간)와 증상이 나빠지는 활동기를 반복하게 된다.

염증성 장질환(궤양성 대장염ㆍ크론병ㆍ베체트 장염)은 설사ㆍ복통ㆍ식욕 감소ㆍ혈변ㆍ체중 감소 등이 지속적으로 생기는 것이 공통적인 증상이다. 궤양성 대장염은 덧붙여 잔변감, 배변 후 불쾌한 통증, 대변 절박증 등이 나타나는데 혈변이 가장 특징적인 증상이다. 환자의 30% 정도는 항문에서 대장 안쪽으로 15㎝에 이르는 부위인 직장(直腸)에 염증이 생긴다(직장염). 하행결장에 염증이 생기거나(좌측 대장염), 대장 전체에 병변이 나타나기도 한다(광범위 대장염). 세균ㆍ바이러스로 인한 장염은 일시적이고 원인이 명확해 약으로 치료할 수 있다.”

-궤양성 대장염은 크론병, 베체트장염과 어떻게 다른가.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에만 문제를 일으키는 만성 염증성 장질환이다. 염증이 군데군데 떨어져 있지 않고 모두 이어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궤양성 대장염은 염증이 장 점막이나 점막하층에만 국한된다.

반면 크론병은 입에서 항문까지 이르는 소화관 전체에 염증이 생긴다. 염증이 이어져 있지 않고 여러 곳에 떨어져 생긴다. 3분의 1 정도는 소장 염증만 생기고, 3분의 1은 대장에만, 나머지 3분의 1은 대장ㆍ소장 양쪽에 만성적으로 염증이 생긴다. 특히 소장 끝과 대장이 만나는 부위인 회맹부에 염증이 많다.

베체트장염은 만성적이고 반복적인 전신 질환이다. 피부 점막 눈 장 관절 비뇨생식기 신경계 등에 침범한다. 환자의 5~10% 정도에서 위장관 이상이 동반된다. 소장 끝과 대장이 연결되는 부위에 가장 많이 생긴다. 베체트장염은 베체트병이 있으면서 소장이나 대장에 궤양이 확인될 때 진단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환자에서 베체트병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장 궤양이 먼저 생긴 뒤 장 밖에 증상이 나타날 때가 많다. 베체트장염은 크론병처럼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관 전체에 생길 수 있다. 소장 끝과 대장이 만나는 부위에 가장 많이 생긴다.”

-염증성 장질환을 어떻게 진단하나.

“안타깝게도 한 번에 정확히 진단할 수는 없다. 임상 증상, 내시경ㆍ조직병리 소견, 혈액검사 소견, 영상의학검사 소견 등을 종합해 진단한다. 궤양성 대장염을 다른 감염성 장염, 크론병과 구별해 진단하기 위해 대장내시경을 비롯한 혈액ㆍ혈청학적 검사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진단한다.

궤양성 대장염을 정확히 진단하려면 대장내시경 검사가 필요하다. 이와 함께 조직 검사를 통해 궤양성 대장염을 진단할 수 있다. 때로는 대장내시경 검사와 조직 검사를 병행해도 확실히 진단할 수 없기도 하다. 이럴 때에는 반복적인 검사나 다른 검사 소견을 참고한다.

내시경으로 보면 궤양성 대장염은 염증이나 궤양이 띄엄띄엄 나타나는 크론병과 달리 병변이 연속해서 나타난다. 궤양성 대장염은 주로 직장과 대장을 침범한다. 하지만 크론병은 입에서 항문에 이르는 소화기계 어느 곳이든 나타날 수 있다.”

-궤양성 대장염은 어떻게 치료하나.

“염증 반응을 가라앉히면서 손상된 조직을 치유하고 설사ㆍ혈변ㆍ복통 등을 완화한다. 이를 위해 치료 시작 전에 염증성 장질환 부위ㆍ범위와 염증 정도를 정확히 평가해야 한다. 내과적 치료법으로는 먹는 약이나 좌약, 항염증제, 면역조절제, 생물학적 제제와 함께 스테로이드 제제를 포함할 수 있다. 1990년대부터 쓰이고 있는 생물학적 제제는 염증을 일으키는 TNF-α를 차단하는 메커니즘을 가진 획기적인 치료약이다. 문제는 이런 약이 대부분 주사제여서 부담을 가질 때가 있다. 최근 먹는 약이면서 새로운 면역 메커니즘을 이용한 JAK 억제제(항류마티스 경구용 야누스 키나아제 억제제ㆍ젤잔즈)가 나와 선택 폭이 넓어졌다. 약으로 증상이 호전되지 않거나 부작용이 생기면 수술이 필요하다.”

-궤양성 대장염 합병증을 꼽자면.

“궤양성 대장염은 크론병과 베체트장염에 비교하면 농양(膿瘍ㆍ고름)ㆍ누공(瘻孔ㆍ고름 구멍) 같은 합병증은 적다. 하지만 유병 기간이 길어지거나 질병 중증도에 따라 몇 가지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주로 대량 출혈, 심한 탈수, 관절ㆍ피부 염증, 골감소증, 간질환이 나타날 수 있다. 매우 드물지만 합병증으로 대장암이 생길 수 있다. 궤양성 대장염 환자는 대장암 발생 위험이 2.4배 정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궤양성 대장염이라고 대장암으로 악화하지 않지만 장 내 만성염증이 활동성인 상태로 오래 지속될수록 악성 종양이 생길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대장암 예방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궤양성 대장염 치료약을 꾸준히 먹어 증상을 잘 조절하는 것이다. 그리고 주치의의 권고에 따라 대장내시경 검사를 주기적으로 받아야 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 내시경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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