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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흔들리는 ‘열린 유럽’… 슬로베니아 첫 ‘국경 폐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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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흔들리는 ‘열린 유럽’… 슬로베니아 첫 ‘국경 폐쇄’

입력
2020.03.11 21:00
수정
2020.03.11 22:38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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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손님이 없어 텅텅 빈 이탈리아 로마의 한 식당 앞을 개 한 마리가 지나가고 있다. 로마=로이터 연합뉴스
10일 손님이 없어 텅텅 빈 이탈리아 로마의 한 식당 앞을 개 한 마리가 지나가고 있다. 로마=로이터 연합뉴스

유럽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만명 벽을 돌파했다. 이탈리아에서 출발한 감염병의 다음 행선지는 유럽연합(EU) 출범의 근간인 ‘열린 유럽’의 해체로 향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엄청난 위력 앞에 대놓고 국경을 걸어 잠그겠다는 계획을 밝히거나 그에 준하는 방침을 내놓는 나라가 늘고 있는 것이다. EU의 균열이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마르얀 세렉 슬로베니아 총리는 10일(현지시간) 이탈리아와 접한 232㎞ 길이의 국경을 폐쇄하라고 외무부 등 관계부처에 지시했다. 세렉 총리는 “현재 이탈리아에서는 (봉쇄령으로) 누구도 여행할 수 없지만 그 지침을 아무도 지키지 않아 이런(국경폐쇄) 수단을 꺼내 들었다”고 AP통신에 설명했다. 아직 시기와 방식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외신은 국가 정상이 직접 나서 EU 정책에 반하는 국경 폐쇄를 언급한 점을 중대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줄곧 EU의 열린 국경에 반대해 온 오스트리아가 다른 유럽 국가들에 불을 지피는 형국이다. 오스트리아 정부는 이날 이탈리아 북서부와 맞닿은 티롤주(州) 국경을 넘으려면 “건강증명서를 지참하라”는 공식 조치를 발표했다. 자국민도 예외는 아니어서 14일간의 자가격리에 동의해야 귀국할 수 있다. 사실상 국경 폐쇄의 효과를 낼 수밖에 없는 대책들이다. 오스트리아와 슬로베니아의 코로나19 감염자 수는 각각 158명, 32명으로 적은 편이지만 “선제적인 강수를 택했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스위스도 이날 이탈리아 국경 지역의 소규모 검문소 9곳을 폐쇄했다.

곧바로 반격이 터져 나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두 나라는 확실히 (하나의 유럽을 해치는) 잘못된 결정을 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스페인과 포르투갈도 11일 이탈리아 직항 운행을 2주간 중단키로 했고, 체코와 폴란드 등은 국경 도로에서 차량 탑승자의 체온 측정을 시작하는 등 유럽 각국에서 나라 문을 닫기 전 단계적 조치들이 속속 시행되고 있다.

내부적으론 ‘사회적 거리 두기’ 홍보에 열을 올리는 분위기다. 슬로바키아는 2주간 대형 행사를 금지했고, 체코와 오스트리아 등은 휴교령을 시행했다. 교황청 역시 내달 3일까지 성베드로 대성당과 광장 출입금지를 공식화했다.

이탈리아는 10일 기준 확진자 수가 전날보다 977명 늘어 1만149명이 됐다. 사망자 수도 168명 증가한 631명으로 집계됐다. 프랑스(1,784명), 스페인(1,783명), 독일(1,565명)도 확산 속도가 빠르다. 확진자가 383명인 영국에서는 네이딘 도리스 보건부 차관이 확진 판정을 받아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정가를 강타했다.

한편,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코로나19로 침체된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해 250억유로(약 33조9,000억원) 규모의 기금 조성을 결정했다. 또 유럽중앙은행(ECB)은 12일 통화정책회의에서 유동성 지원책 발표를 암시했다. 적극적으로 경기 부양에 나서겠다는 취지지만 사실상 유로존 기준금리가 제로금리인 상황에서 묘수가 나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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