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 ‘탄핵 매듭’ 결심한 듯 탄핵 찬성 인사들도 공천 배제
주광덕 미래통합당 의원이 11일 국회 기자회견장에 섰다. 그는 전날 4ㆍ15 총선 공천에서 탈락한 같은 당 권성동 의원의 재심을 공천관리위원회에 요청했다. 주 의원은 “탁월한 능력을 가진 3선 의원이 납득할 수 없는 기준에 의해 컷오프(공천 배제)된 것은 동료 의원으로서 도저히 승복할 수 없다”고 했다.
권 의원은 통합당 현역 의원 중 가장 마지막으로 컷오프됐다. 사유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책임’이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때 권 의원이 국회 탄핵심판소추위원장을 맡아 탄핵 절차에 가담한 것이 죄목이 된 것으로 전해진다. 주 의원은 “권 의원은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으로서 법률에 따라 소추위원장을 맡은 것”이라고 했다. 소추위원장을 맡은 것이 권 의원의 ‘적극적 의지’가 아니라는 취지였다.
통합당은 탄핵 사태로 존폐 위기에 몰렸다 겨우 회생했다. 그러나 겨우 3년만에 ‘탄핵 가담 이력’이 주홍글씨로 작용하게 된 것이다. 국회에서 처리된 박 전 대통령 탄핵안에 찬성표를 던지고 박 전 대통령과의 결별을 요구하며 통합당(당시 새누리당)을 떠났던 김무성ㆍ유승민ㆍ김세연 의원 등은 이미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불출마하라는 공관위의 설득에도 출마 뜻을 굽히지 않은 권 의원은 결국 컷오프 대상이 됐다.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은 이번 공천을 계기로 박 전 대통령 탄핵 문제를 매듭짓겠다고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친박근혜계 핵심인 서청원ㆍ홍문종ㆍ이정현ㆍ조원진 의원과 최경환 전 의원 등이 이미 당을 떠나거나 법의 심판을 받은 만큼, 탄핵에 찬성하고 결과적으로 보수를 분열시킨 인사들도 책임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 김 위원장의 소신인 듯하다.
통합당이 탄핵 찬성 세력을 ‘탄압’하는 것으로 비치는 것은 총선에서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한국일보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이달 1, 2일 실시한 조사에서 ‘이번 총선에서 보수야당에 표를 주지 말아야 한다’고 응답한 옛 새누리당(통합당 전신) 지지자의 31.0%는 ‘최순실 사건과 대통령 탄핵에 제대로 책임지지 않는 것 같아서’를 그 이유(복수응답)로 꼽았다. 같은 조사에서 ‘스윙보수’(탄핵 당시 새누리당을 떠났다 복귀하지 않은 보수층)는 41.3%에 달했는데, 통합당이 탄핵의 과거와 결별하지 않는 것이 이들의 발목을 잡는 것으로 분석됐다.
공관위가 ‘탄핵에 책임이 있는 인사는 공천에서 배제한다’는 원칙을 오락가락 적용해 스스로 논란을 키운 측면도 있다. 탄핵에 찬성한 의원들이 탈당해 만든 옛 바른정당에서 초대 원내대표를 지낸 주호영(4선ㆍ대구 수성을) 의원은 대구 수성갑에 전략공천을 받았다. 바른정당 대표를 역임한 이혜훈(3선ㆍ서울 서초구) 의원은 컷오프 됐다가 서울 동대문을로 지역구를 바꿔 경선에 올랐다.
한편 통합당 최고위원회는 12일 권성동 의원을 비롯한 일부 지역 공천 결과를 재논의할 예정이다. 권 의원과 패스트 트랙 법안 처리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컷오프된 이찬열(3선ㆍ경기 수원갑)의원, 김한표(재선ㆍ경남 거제) 민경욱(초선ㆍ인천 연수을) 의원 등이 검토될 전망이다. 그러나 공관위가 권 의원 지역에 홍윤식 전 행정자치부 장관을 이미 공천한 이상, 권 의원이 회생 기회를 얻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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