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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부장 국산화를 향해] “日에서 기술 배워와 더 앞선 기술로 역수출… 시스템 반도체 이끄는 100년 기업 돼야죠”

입력
2020.03.23 04:30
수정
2020.03.26 17:55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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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반도체 검사 장치 프로브카드 제조업체 ‘윌테크놀러지’

※지난해 일본 수출규제를 계기로 우리나라 소재ㆍ부품ㆍ장비 분야의 기술 자립 중요성이 주목 받고 있습니다. 이에 한국일보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소부장 강소기업 100’에 선정된 기업들의 핵심 기술과 경쟁력을 격주로 소개합니다.

이윤정 윌테크놀러지 대표가 경기 수원 본사 집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의 옆에 있는 제품이 64개의 반도체 칩을 한꺼번에 검사할 수 있는 프로브카드로 윌테크놀러지가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윌테크놀러지 제공
이윤정 윌테크놀러지 대표가 경기 수원 본사 집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의 옆에 있는 제품이 64개의 반도체 칩을 한꺼번에 검사할 수 있는 프로브카드로 윌테크놀러지가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윌테크놀러지 제공

“국산화 후 가장 기억나는 일이요? 일본에서 기술을 배워온 우리가 그들보다 앞선 기술을 만들어 역수출했을 때죠.”

지난 10일 경기도 수원 윌테크놀러지 집무실에서 만난 김홍찬(48) 상무에게 창업 이후 가장 보람을 느꼈던 순간을 묻자, 돌아온 대답에선 흐뭇함이 묻어났다. 김 상무는 이 업체의 창업(2001년) 멤버로, 기술 부문을 책임지고 있다.

반도체 칩과 테스트 장비를 연결하는 검사 장치인 프로브카드 전문 제조업체 윌테크놀러지는 설립 이듬 해인 2002년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 전까지 일본에서 전량 수입해오던 프로브카드 국산화에 성공했기 때문. 이어 5년 뒤인 2007년에는 프로브카드 기술을 오히려 일본으로 역수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김 상무는 “창업 초기 일본에서 기술을 배워오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며 “중요 기술은 물론 핵심 원자재까지 전부 일본산이라 일본에 기술요금을 지급해가며 아주 저렴한 제품부터 어렵게 배웠다”고 돌아봤다.

그는 “프로브카드의 국산화 필요성을 느낀 반도체 제조업체(삼성전자)가 개발할 수 있는 기회(제품 발주)를 줬고 우리도 절박한 마음으로 매달려 성공할 수 있었다”며 “지금은 오히려 기술력에서 일본을 앞선다는 평을 듣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 반도체와 연산·제어기능을 담당하는 시스템 반도체(비메모리 반도체)로 구분되는데, 윌테크놀러지는 이 중에서도 시스템 반도체용 프로드카드를 만든다.

한국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반도체에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시장 규모가 메모리 반도체보다 두 배 이상 큰 시스템 반도체에서는 존재감이 미미하다.

당연히 국내 반도체 협력 업체들도 덩치가 큰 메모리 반도체용 프로브카드에 몰려있다. 하지만 윌테크놀러지는 19년 전 ‘불모지’나 다름없는 시스템 반도체용 프로브카드 시장에 뛰어들었고 이 분야에서 국내 업체로는 유일하게 세계 ‘톱10’ 안에 든 기업으로 성장했다.

경기 수원에 있는 윌테크놀러지 생산 라인의 모습. 윌테크놀로지 제공
경기 수원에 있는 윌테크놀러지 생산 라인의 모습. 윌테크놀로지 제공

윌테크놀러지가 보유한 독보적인 기술은 다양하다. 90㎛(마이크로미터ㆍ100만분의 1)의 머리카락보다 가느다란 30~50㎛ 단위 회로까지 검사할 수 있는 멤스(MEMS) 기술을 활용해 64개, 128개의 반도체 칩을 한꺼번에 검사할 수 있는 프로브카드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게 대표적이다. 이 제품은 빠른 검사 속도로 반도체 업체들의 수율(완성된 제품의 비율) 향상에 큰 역할을 했다.

2014년 이 회사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이윤정(42) 대표는 회사의 가장 큰 자산으로 주저 없이 숙련된 전문 인력을 꼽았다.

직원 262명 중 20%가 넘는 50여명이 연구개발(R&D) 인력이다. 이 대표는 취임 첫 해인 2014년에 반도체 불황으로 시장 사정이 어려울 때 오히려 R&D 인력 투자 비중을 높였다. 이 대표는 “기술은 정직하다. 중소기업일수록 제대로 된 기술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며 “사람이 있어야 기술이 나오고 기술이 있어야 기회를 만들 수 있다. 결국 직원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 수원에 있는 윌테크놀러지 전경. 윌테크놀러지 제공
경기 수원에 있는 윌테크놀러지 전경. 윌테크놀러지 제공

윌테크놀러지는 이제 프로브카드용 공간변환기의 국산화에 도전한다.

공간변환기는 작고 좁게 배열된 프로브를 넓게 펴서 테스트 장비에 연결시켜주는 장치로, 이 시장은 일본이 세계를 휩쓸고 있다. 우리나라 프로브카드 업체 뿐 아니라 세계 1~3위 기업도 대부분 일본산 공간변환기를 쓴다.

공간변환기 국산화는 쉽지 않은 목표일 것 같다는 질문에 이 대표는 회사 이름의 뜻을 아느냐고 반문했다. 윌테크놀러지의 첫 글자는 ‘Wafer Inspection Leading Lab’, 즉 ‘반도체 검사를 선도한다는 뜻’이다. 이 대표는 “도전이 없으면 성공도 없다”며 “윌테크놀러지를 회사 이름에 걸 맞는, 시스템 반도체 분야를 이끄는 100년 기업으로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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