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씨티은행ㆍHSBC 등 4개 은행
외국계 은행 네 곳이 국내 기업이 진행한 통화 스와프 입찰 과정에서 담합한 사실이 적발돼 13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물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한국수력원자력 등 3개 회사가 진행한 4건의 통화 스와프 입찰에서 담합한 한국씨티은행과 홍콩상하이은행(HSBC), 크레디아그리콜, JP모간체이스은행 등 4개 은행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3억2,1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11일 밝혔다.
통화 스와프는 달러화나 유료화 등 외화로 표시된 부채를 원화 부채로 전환하는 금융 계약인데, 기업들은 원화 가치가 떨어져 갚아야 할 부채가 늘어날 가능성에 대비해 통화 스와프 계약을 활용해 왔다.
우선 한국씨티은행과 HSBC는 한국수력원자력이 원자력 발전소 건설 자금 조달 등을 목적으로 발행한 달러 표시 사채를 원화 부채로 전환하기 위해 진행한 1억달러 규모의 통화 스와프 입찰에서 담합을 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HSBC는 한국씨티은행이 낙찰을 받을 수 있도록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한국도로공사는 고속도로 건설 자금 조달 등을 목적으로 발행한 1억8,000만달러 규모의 달러 표시 사채를 원화 부채로 전환하기 위해 통화 스와프 입찰을 진행했는데, 이번에는 반대로 HSBC은행이 낙찰을 받을 수 있도록 한국씨티은행, JP모건체이스은행이 미리 입찰 가격을 높게 써 냈다.
HSBC와 크레디아그리콜은 민간기업 A사가 발행한 유로화 표시 사채를 원화 부채로 바꾸는 1,500만 유로 규모의 통화스와프 입찰에 참여하면서 HSBC가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기로 합의했는데, 해당 입찰에서는 담합에 가담하지 않은 다른 은행이 낙찰받았다.
한국씨티은행은 한수원과의 통화 스와프 계약에서 약 300억원, HSBC는 도로공사와의 두 차례 통화 스와프 계약에서 총 62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공정위는 이들의 행위가 공정거래법상 금지된 입찰 담합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한국씨티은행 9억원, HSBC 3억8,700만원, 크레디아크리콜 3,400만원 등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한수원 등 기업들은 보다 낮은 금리로 통화 스와프 계약을 체결할 목적으로 입찰을 진행했지만, 은행들이 담합을 한 것이 비용을 낮추는 데 장애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